겨울왕국보다 철학적이고 감동적인 레고무비 내가 사는 세상


운명을 거부하고 편안한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기꺼이 받아들이고 고난의 길을 걸어갈 것인가. 영화 '레고무비'(The Lego Movie, 2014)가 던지는 주제는 이처럼 결코 가볍지 않다. 아니 오히려 묵직하고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보러 가야 할 애들 영화가 이래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다. 이 영화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레고무비'는 레고에 대한 영화이자 레고로 만들어진 영화다. 외국에서는 수많은 폐인과 마니아들을 거느리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애들 장난감으로 치부되는 바로 그 '레고(Lego)' 말이다. 그러니 영화 제목이나 포스터만 보고 극장으로 뛰어간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물론 애들 손에 이끌려 극장을 찾은 사람들은 제외하고.

나 자신도 처음부터 이 영화를 볼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른 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애들이나 볼 영화라고 생각했던 이유에서다. 더구나 스토리가 빈약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Frozen, 2013)에 실망한 터라 더욱 그랬다. 그러다 애들 영화라는 편견과 레고로 만들어진 영화임에도 완성도가 무척 높다는 말을 듣고는 한 번쯤 봐볼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돈 들여 시간 들여 일부러 극장을 찾은 이유였다.

하지만 이 영화를 서울에서 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워너브라더스 코리아와의 요금 분배(일명 부율)에 대한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서울지역 CGV와 롯데시네마가 상영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2013년 12월에 개봉했던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The Hobbit : The Desolation of Smaug, 2013)에 이어 또다시 파국으로 치달은 결과였다. 그나마 메가박스에서 상영하고는 있었지만, 관객이 많지 않아 시간대가 일정하지 않았다.

그래도 영화를 보면서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레고로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대단히 완벽하게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그렇고, 스토리 또한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짜임새가 있다는 점에서도 그랬다. 그 속에 들어있는 철학적인 부분도 대단히 깊이 있다는 점에 놀라웠다. 애들 영화로 평가절하되었다는 점이 안타까웠고 나 스스로도 애들 영화로 치부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거대한 음모에 맞서 싸우는 정의의 용사와 선택받은 일꾼이라는 설정은 키아누 리브스를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키워낸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 1999)를 떠올리게 만든다. 평범했던 도시의 건설노동자가 오래된 예언대로 세상을 구할 메시아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그렸으니 어찌 보면 '매트릭스'의 레고 버전으로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서 그쳤다면 철학이니 감동이니 하는 표현들이 지나쳐 보였을 것이다.

이 영화에는 두 개의 메시지가 숨어있다. 하나는 레고가 전시용이 아니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레고가 특정한 사람들만의 전유물도 아니라는 점이다. 흔히들 힘겹게 레고를 만들어놓고는 부서질까 봐 노심초사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아무도 만지지 못하게 막아서기도 하는데 이 영화는 다 부질없는 짓이라고 말한다. 절대자에서 절대악으로 변신하는 프레지던트 비지니스의 욕망이 바로 악의 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레고의 정교한 시스템에 질린 사람들은 시도조차 하지 못하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누구든지 망설이지 말고 용기 내어 조립해 보라고 권한다. 처음부터 정해진 답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만들든 그것이 바로 작품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남들처럼 만들지 못하는 자신의 손재주를 원망했던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를 보면서 힘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레고로 만들어졌지만, 이 영화는 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테이큰'(Taken, 2008)과 '논스톱'(Non-Stop, 2014)의 리암 니슨이 배드캅/굿캅의 목소리를 맡았고 흑인 노장 연기자 모건 프리먼이 예언자 '비트루비우스' 목소리를 맡았다. 절대자에서 절대악으로 변신하는 프레지던트 비지니스의 목소리는 '메가마인드'(Megamind, 2010)에서 메가마인드의 목소리를 맡은 바 있는 월 페렐이 맡았다.

애들 영화로 알고 봤다가 내가 더 반한 영화 중에는 '토이스토리'(Toy Story, 1995)와 '업'(Up, 2009)이 있다. '토이스토리'는 내 안에 숨어있던 동심을 자극한 영화였고, '업'은 사랑과 부부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 영화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레고무비'다. 레고로 만들어진 세상을 보는 재미 못지않게 상당히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보게 만드는 영화다.

레고무비(The Lego Movie, 2014)
애니메이션, 액션, 코미디 |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 100분 | 2014.02.06 개봉 | 감독 : 필 로드, 크리스 밀러
출연 : 윌 페렐(프레지던트 비지니스), 리암 니슨(배드캅/굿캅), 모건 프리먼(비트루비우스), 크리스 프랫(에밋)

덧글

  • 맞아요 2020/10/21 16:51 # 삭제 답글

    레고는 그냥 처음 샀을때만 설명서보고 멋있게 만들어본담에는, 걍 부시고 다른 블럭이랑 막 섟어서 이것저것 맘대로 만들어야 재미인데... 요즘 레고는 뭔가 영 이상하게 돌아가는거 같아서 슬퍼요 -_-
  • 나인테일 2020/10/21 18:29 # 답글

    레고 올스타는 이미 게임에서 굉장히 오랬동안 테스트 된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영화로는 못 나오는게 더 어려울 정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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