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설정을 색다른 재미로 잘 버무려낸 논스톱 내가 사는 세상


뻔한 재료라면 색다른 맛을 기대하기 힘들다. 어디선가 먹어본 그 이상 맛을 내기 힘들 것이라는 지극히 일반적인 선입견 때문이다. 물론 자타가 공인하는 특급 호텔 주방장이라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제아무리 훌륭한 주방장이라고 한들 조금 다른 맛을 낼 수는 있어도 전혀 새로운 맛을 내지는 못할 것이다. 이럴 때 등장하는 것이 손맛이다. 과학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 말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뻔한 설정과 뻔한 배우가 등장하는 영화라면 특별한 재미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미 숱하게 겪어왔기에 이번에도 뻔한 스토리일 것이라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편견 때문이다. 그래서 갈수록 액션은 화려해지고 폭발장면은 거대해진다. 자동차 추격신의 스피드는 점점 더 빨라지고 그로 인해 파괴되는 자동차의 숫자는 더욱 많아진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다.

리암 니슨 주연의 '논스톱(Non-Stop, 2014)'은 말하자면 뻔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비행기라고 하는 제한된 공간에서 테러리스트와 맞서야 하는 주인공의 활약에 대한 내용이라니 거의 초인에 가까운 능력자가 아니고서는 감당하기 힘들 일이다. 지극히 통속적인 제목과 그다지 기대되지 않는 스토리, 그리고 그리 신선하지 않은 배우와의 만남이었으니 보나마나겠다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2014년 2월 27일에 개봉한 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천만을 넘긴 '겨울왕국(Frozen, 2013)'과 함께 쌍끌이로 관객을 모으며 800만을 돌파한 '수상한 그녀'가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폼페이: 최후의 날(Pompeii, 2014)'과 '찌라시: 위험한 소문' 등이 주춤하는 사이 그 틈을 비집고 독주 체제를 갖추고 있기까지 하다.

이러한 '논스톱'의 선전에 대해 뚜렷한 경쟁상대가 없는, 이른바 대진운이 좋았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겠다. 12월에 개봉해서 1월에 천만을 넘긴 '변호인'이나 1월에 개봉해서 2월에 천만을 돌파한 '겨울왕국'처럼 상대하기 버거운 대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부지리의 결과라고만 볼 수도 없는 일이다. 뻔하지만 비교적 색다르게 재미를 만들어냈다고 생각되는 이유에서다.

치고 박고 달려야 하는 액션 영화의 특성상 좁은 비행기 안이라는 제한된 공간이 스토리의 제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그 제한된 공간으로 인해 집중도가 더 올라간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그러다 보니 범인을 찾기 위해 주먹을 휘드르기는 해도 주인공 빌이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은 차라리 스릴러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 이 난관을 어찌 풀어갈런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제한된 공간이라는 점은 2003년 작 '폰 부스(Phone Booth, 2002)'와 닮았다. 공중전화 박스에 들어선 주인공이 폭발에 대한 협박으로 꼼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직 수화기 건너편의 상대자 목소리로만 공포감이 전달되는데, '논스톱'에서는 수화기가 아니라 문자메시지로 전해진다. 여기서 이 영화의 색다를 묘미를 만끽할 수 있게 되는데, 자막 스타일이 영국드라마 '셜록(Sherlock)'에서처럼 감각적으로 처리했다.

어쩔 수 없이 험점도 간간이 눈에 띈다. 비행기 타는 일이 직업인 빌이 비행기 공포를 느낀다는 설정도 그렇고, 빌에게 협박 문자를 보내는 상대가 언제 그럴 수 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자동 메시지를 암시하기도 하지만 자동이라면 그처럼 정교하게 답변을 보낼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폭발로 비행기 동체가 파손된 상태에서도 착륙에 성공하여 죽은 사람이 없었다는 점도 비현실적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 영화에는 두 명의 여자가 등장하는데 하나는 늘씬한 승부원 낸시 역의 미셀 도커리이고 다른 하나는 정체불명의 중년 여성 젠 역의 줄리안 무어다. 이 두 여인은 위기에 빠진 빌을 믿고 돕는 특급 도우미의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되는데 영화가 끝나갈 즈음 둘 중에서 누구와 썸을 타게 될런지 기대해보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되겠다.

논스톱(Non-Stop, 2014)
액션 | 미국, 프랑스 | 106분 | 2014.02.27 개봉 | 감독 : 자움 콜렛 세라
출연 : 리암 니슨(빌 막스), 줄리안 무어(젠 섬머스), 미셀 도커리(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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