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삼대의 아찔한 속옷 벗기기 프로젝트 내가 사는 세상


처음에는 손만 잡아도 짜릿하다. 어떡하면 손 한 번 더 잡아볼 수 있을까 궁리하기도 한다. 여자와 어두컴컴한 극장에 앉아서 영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연을 가장해서라도 스킨십 한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하다. 적당한 타이밍을 노려야 하므로 영화 내용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손을 잡았으면 그다음에는 입술을 노려야 한다. 절차로만 따지면 어깨동무나 팔짱, 또는 포옹할 순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손 다음에 곧바로 키스를 노리는 것이 현명하다. 입술을 훔치고 나면 어깨동무나 팔짱, 또는 포옹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다. 지름길이 있는데 굳이 돌아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 여자의 마음을 훔치는 데는 키스가 최고다.

여기까지 왔으면 사실상 칠부능선을 넘은 것과 다름없다. 손도 잡았고 입술도 훔쳤다면 이제 궁극적인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 치밀한 작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결코 만만하지는 않다. 극장에서 손잡는 일이나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입 맞추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순간적인 감정이나 충동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이고 애를 태워야만 가능하다.

대학로 상명아트홀 1관에서 공연했던 '바람난 삼대'는 이처럼 여자의 속옷을 벗기고 싶어하는 남자들의 애환(?)을 그린 작품이다. 고독한 중년부터 시작해서 방황하는 청춘과 황혼의 노년에 이르기까지 삼대에 걸친 이 시대의 자화상이 펼쳐진다. 재미있는 것은 출연진이 단 두 명의 남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1인 3역 정통체력극'이라는 수식어가 포스터에 붙어있을 정도다.

그게 가능할까 싶지만 놀랍게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했다. 그렇다고 변장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다. 마치 마술하듯이 찰나의 시간에 중년에서 청년으로 그리고 다시 노년으로 변장하고 나타난다. 그만큼 많은 연습이 있었다는 의미일 것이고,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가 노련하다는 말일 것이다. 2012년 제12회 2인극 페스티벌에서 인기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의 배경은 홀애비 삼대가 함께 사는 아파트 거실이다. 집이 비었다고 생각한 삼대가 서로의 여자를 데려와 어떻게 해볼려고 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아내와 이혼한 중년의 아빠는 같은 회사 여자 과장을 만나 새로운 출발을 꿈꾸고, 철부지 대학생 아들은 연상의 여인과 밀당을 즐긴다. 노년의 할아버지는 오랫동안 눈여겨 봐둔 할머니와 끝사랑을 그린다. 그러면서 어떡하면 그녀들의 속옷을 벗길 수 있을까 궁리하는 모습이 비교적 유쾌하게 펼쳐진다.

제목은 불륜을 연상시키는 '바람난 삼대'이지만 불륜에 얽힌 치정극하고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순수한 사랑에 더 가깝다. 중년의 아빠는 새로 시작된 사랑에 가슴이 벅차오르고, 청년의 아들은 인스턴트일지언정 사랑을 이어가고자 한다. 노년의 할아버지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사랑에 조심스럽기만 하다. 나이는 달라도 사랑이라는 감정은 똑같은 무게라는 것이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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