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목욕탕에서 벌어진 시끌벅적 유쾌한 소란, 목욕합시다 내가 사는 세상


목욕을 같이할 수 있는 사이라는 말은 허물없는 사이라는 의미와도 같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으로 돌아가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목욕'에는 단순히 몸을 씻는다는 의미를 넘어서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자신의 모든 걸 다 보여준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목욕탕에서 벌어지게 되는 시끌벅적하고 유쾌한 소란을 그린 연극이 바로 '목욕합시다'라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 대한 소개부터가 심상치 않다. '발랄 코믹 액션 미스테리 유쾌 호러 황당 판타스틱 멜로 드라마'란다. 무려 10여 가지의 쟝르가 혼합되었다는 말인데 이게 가당키나 할까? 게다가 영화도 아니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심할 수밖에 없는 무대예술에서 말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그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런 장황된 쟝르가 아니다. 한번에 읽기조차 버거운 쟝르에 대한 설명보다 더 화려한 건 초호화 버라이어티 캐스팅이다. 작은 소극장 무대에 무려 20여 명 이상의 출연진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작품이다 보니 정말 동네 목욕탕처럼 시끌벅적하고 소란스럽다. 여기에 오해에 오해가 겹치면서 점점 더 열기를 더해간다. 그럴수록 흥미진진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연극 '목욕합시다'의 플롯은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길 건너 새로 생긴 대형 찜질방 때문에 존폐 기로에 서게 된 변두리 목욕탕 만복탕에서 생긴 일이고 여기에 가족문제, 친구문제, 곗돈문제, 애정문제 등이 덧붙여진다. 그리 새로워 보이지 않는 스토리이지만 이 작품이 대단한 것은 모든 출연배우들이 일인다역을 연기한다는 점이다. 20여 명 이상 출연진의 등장은 그래서 가능하다.

다른 연극에서도 흔히 멀티맨이라고 불리는 존재들이 있기 마련이다. 주연 배우와 달리 하나의 배역을 맡기에는 출연 분량이 턱없이 적으니 혼자서 여러 가지 역할을 동시에 맡게 되는 배우를 말한다. 영화로 치면 엑스트라인 셈이다. 그에 비해 '목욕합시다'의 배우들은 주연과 조연이 따로없이 6명의 배우들이 모두 일인다역을 맡는다. 한 명의 배우가 최소 3가지 이상의 역할을 맡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배우와 그 배우들이 맡은 역할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매끄럽게 진행된다. 역할을 바꾸기 위해 부산스럽게 들어왔다 나갔다 하지도 않는다. 순식간에 하나의 역할에서 다른 역할로 갑작스럽게 변신하기도 한다. 이 연극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도 바로 그러한 역할 변신이다. 게다가 배우들의 깔끔한 연기도 맛깔스럽기만 하다. 여기에 추가되는 웃음과 잔잔한 감동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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