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이중생활을 꿈꾸는 소심한 남자의 이야기,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내가 사는 세상


소심한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행동보다 생각이 앞선다는 것을. 그런 사람들은 하나의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수십 번을 생각하고 또 고민한다. 그럼에도 결론에 이르지 못할 경우가 허다하다. 행동에는 그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이 두렵기 때문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저지르고 보는 일은 없다. 그 후에 닥칠 후폭풍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다. 결정은 늘 쉽지 않고 선택은 언제나 어렵다.

사랑하고픈 사람이 생겼어도 다르지 않다. 고백을 하고 자신의 마음을 전해야 진전이 있든지 할 텐데 그렇지를 못하니 항상 제자리걸음일 뿐이다. 연인 사이로 발전시키고 싶은 생각은 굴뚝 같으나 고백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경우에 껄끄러워질 것에 대한 생각이 앞서다 보니 동료 그 이상의 관계를 맺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 누군가 가로채 갈 경우 고백이나 한번 해볼 걸 하고 후회할 뿐이다.

월터라는 사내도 그렇다. 잡지사에서 포토 에디터로 일하고 있는 나름대로 성실한 직장인이지만 소심한 성격으로 매사에 신중하기만 하다.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도 표현 한 번 못해봤고, 자신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적극적인 이의제기도 하지 못했다.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체념할 뿐이다. '나란 놈이 원래 그렇지' 하면서 돌아서는 일에 이골이 날 정도다.

그런 월터가 선택한 것이 바로 상상이라는 것이다. '상상은 자유'라는 말처럼 월터는 늘 상상의 바다를 헤엄쳐 다닌다. 그 속에서 월터는 더 이상 소심한 못난이가 아니라 천하무적 슈퍼히어로가 된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상상이 현실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상상 속에 빠져있다 보면 현실에서는 멍청이가 될 수밖에 없다. 말귀를 못 알아 듣는다며 꾸중을 듣기도 하고 통근 기차를 놓치기도 한다. 상상 속에서만 살 수 있다면 모르되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면 그에 대한 댓가를 치러야 하는 셈이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는 이처럼 이중생활(?)을 즐기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현실은 암울하지만, 그가 꿈꾸는 상상에서는 신나는 세상이 펼쳐진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보암직한 세상이다. 어쩌면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을 대신해서 월터가 대신 꿔주는 꿈일런지도 모르겠다. 영화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해주지 않던가.

그러나 세상은 그런 월터를 상상만 하고 있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월터로 하여금 분연히 일어서게 만든다. 물론 자의는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생긴 탓이었다. 월터가 포토 에디터로 일하고 있는 잡지사 '라이프'의 폐간이 결정되고 그 마지막 호의 표지를 장식할 사진을 잃어버린 것이다. 다른 사진도 아니고 최종호에 쓸 사진이었으니 소심하기는 해도 책임감 강한 월터가 일생일대의 모험을 감행해야만 하는 이유였다.

영화의 전반부가 월터의 상상에 대한 이야기라면 중반 이후부터는 월터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영화 제목처럼 월터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셈이다. 코믹 배우 벤 스틸러가 주연을 맡았고 또 그 사람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영화는 코믹적인 요소가 강하지만 결말 부분에 이르러서는 보는 이들의 가슴이 뭉클해지도록 만든다. 전설의 사진작가 션이 보낸 라이프의 최종호 표지 사진이 밝혀지는 순간 '아~'하는 탄성을 내뱉게 될 것이다.

다만, 영화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코믹이지만 크게 웃기지도 않았고 모험과 환타지적인 요소도 다분하지만 그리 박진감이 넘치지도 않았다. 재미있게 보았다는 사람도 많았지만, 나처럼 지루했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래도 결말은 다소 감동적이었다. 지루함을 참고 졸린 눈을 견디면서 끝까지 지켜본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현장에서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세상의 모든 직업인에게 박수를...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모험, 드라마, 판타지 | 미국 | 114분 | 2013.12.31 개봉 | 감독 : 벤 스틸러
출연 : 벤 스틸러(월터 미티), 크리스틴 위그(셰릴 멜호프), 숀 펜(션 오코넬)

덧글

  • 타마 2020/10/12 11:14 # 답글

    영상미 30% 정도에 엔딩이 거의 나머지 지분을 다 해먹은 영화였지요. 뭉클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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