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수 없게 걸렸다는 말을 할 때 "쓰레기차 피하려다 똥차 만났다"는 표현을 쓴다. 엎친 데 덮친다는 의미다. 2014년 설 대목을 노리고 개봉한 가족영화 '수상한 그녀(Miss Granny, 2014)'가 천만을 돌파한 '변호인(The Attorney, 2013)'과의 연말 정면대결을 피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에 못지않게 강한 상대 '겨울왕국(Frozen, 2013)'을 만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2014년 1월 16일에 개봉한 '겨울왕국'은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단숨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면서 독주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피 끓는 청춘'과 '수상한 그녀' 등 두 편의 한국영화가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겨울왕국'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개봉 첫날 16여만명으로 시작한 관객수는 1월 19일 100만을 넘기더니 1월 24일 200만, 1월 26일 300만을 넘기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수상한 그녀'의 개봉 첫날의 성적은 신통치 못한 편이었다. 1월 22일에 개봉한 '수상한 그녀'(142,841명)는 같은 날 동시에 개봉한 또 한 편의 한국영화 '피끓는 청춘'(156,971명)에도 뒤지면서 박스오피스 3위로 출발해야 했다. '겨울왕국'은 물론 박보영과 이종석이 주연을 맡은 '피끓는 청춘'을 넘기에도 버거워 보이는 형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이던 '수상한 그녀'에게 수상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그 다음 날부터였다. '피끓는 청춘'을 약 2천5백여명 차이로 앞서더니 다음날에는 무려 4만여명 차이로 벌려놓기도 했다. 그때부터 '수상한 그녀'는 기력이 떨어진 '피끓는 청춘'을 가볍게 따돌리고 '겨울왕국' 추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2파전이 시작된 것이다.
그래도 '겨울왕국'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1월 24일 4만여명에 불과했던 차이는 토요일인 1월 25일에는 16만여명으로 벌어졌고 일요일인 1월 26일에는 19만여명이나 차이 났다. 1월 30일 '겨울왕국'이 400만을 돌파했을 때 '수상한 그녀'는 고작(?) 200만 돌파에 만족해야 했다. 천만 관객이 본 영화 '변호인'만 피하면 되리라는 계산은 완전히 빗나간 셈이 되었다.
그랬던 두 영화 사이에 지각변동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겨울왕국'이 400만을 돌파한 다음 날이었다. 설 당일이었던 1월 31일 '수상한 그녀'가 543,007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450,892명에 그친 '겨울왕국'을 물리치고 박스오피스 선두에 올라섰다. 다음날인 2월 1일에도 2만여명의 근소한 차이이기는 해도 '수상한 그녀'(649,030명)가 선두를 지켜내고 300만 고지에 올라서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수상한 그녀'의 수상한 진격은 설 연휴를 맞아 극장을 찾은 가족단위 관객들의 지원을 받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젊은 층에게 환호받는 '겨울왕국'이나 '피끓는 청춘'에 비해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점과 시간이 흐를수록 호의적인 입소문이 퍼져나가면서 '수상한 그녀'를 찾는 관객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영화의 스토리 구조는 그리 참신하지 않거니와 비교적 단순하고 진부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년층에게는 청춘에 대한 향수를, 중년층에게는 부모에 대한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청년층에게는 밝고 경쾌한 웃음을 준다. 시작은 우울해 보이지만 결코 우울하지 않고, 스토리는 진부해 보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웃고 울다 보면 두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릴 정도로 적당히 재미있고 적당히 감동적이다.
이러한 '수상한 그녀'에 대한 평가와 흥행성적은 사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영화적인 재미와 완성도 면에서 더 많은 관객들이 봐줘도 될만한 영화인 데 비해서 그에 어울리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군데군데 심어놓은 웃음 포인트를 찾는 재미도 있거니와 그동안 잊고 살았던 소중한 그 무엇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어주기도 한다. '수상한 그녀'를 강력히 추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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