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를 초토화시킨 막장드라마, 너와 함께라면 내가 사는 세상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고 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마음은 통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지만 국경보다 더 뛰어넘기 힘든 장벽이 있다. 바로 나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 이주노가 23살 연하의 신부와 결혼한 사례도 있기는 하지만 나이 차를 뛰어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주노의 경우 장인과는 4살 차이고 장모보다는 오히려 2살이 많다고 한다. 그야말로 아빠뻘 남편과 딸뻘 아내인 셈이다.

여기 그보다 더한 사이도 있다. 일흔의 노신사와 스물 여덟 살 처녀가 바로 그 주인공 커플이다. 이주노처럼 아빠와 딸 정도가 아니라 아예 할아버지와 손녀 정도쯤 되겠다. 장모보다 많은 것은 물론이고 장인보다도 많고 심지어는 돌아가신 할머니와 동갑이기까지 하다. 그야말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축복을 부탁하기에는 너무도 염치가 없기 때문이다.

대학로 소리아트홀 1관에서 올려졌던 '너와 함께라면'의 스토리는 얼핏 보면 갈 데까지 간 막장 드라마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아빠와 엄마로 하여금 청년사업가와 사귀고 있다고 믿게 만든 큰딸이나 그런 여자친구(?)의 엄마와 아빠를 찾아뵙고 인사 올리겠다는 일흔의 노신사나 언니의 거짓말을 감춰주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늘어놓는 둘째 딸이나 따지고 보면 모두 똑같은 종자라고 하겠다.

하지만 이 작품은 불륜으로 얼룩진 KBS2 드라마 '사랑과 전쟁2'와는 달리 휴머니즘이 있고 웃음이 있는 연극이다. 상황 자체는 허황되지만 잘 짜여진 극본과 성실한 배우들의 호연이 맞물려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도하기 때문일게다. 배우들도 오버하지 않거니와 극본도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 재미있으면 웃고 아니면 말라는 식이다. 그럼에도 웃음은 끊이지 않는다. 극본의 힘이다.

사실 이 작품을 접한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몇년 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불륜도 아름다울 수 있다, '너와 함께라면'). 탤런트 송영창과 이세은이 각각 일흔 노인과 그의 이십대 여자친구로 출연했었던 버전이었다. 그랬던 연극을 또다시 보기로 했던 것은 그때는 규모가 제법 큰 극장이었기에 2층 멀리서 봐야만했던 아쉬움이 남아서였다. 그에 비해 이번 공연은 200여 석이 안되는 규모였기에 색다른 느낌이 기대됐었다.

그러한 기대대로 이번 작품은 이전과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먼저 공연장의 규모가 작다 보니 배우들을 더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러웠고 이미 많은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다시금 웃을 수 있을 만큼 짜임새 있었다는 점에서도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어떤 면에서는 배우들의 호흡이 이전보다 훨씬 잘 맞는듯 싶기도 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7명으로 모두 더블캐스팅이다 보니 한번 보고 같은 배우들로 맞춰서 다시 보는 건 쉽지 않다. 얼마 전에 봤을 때는 황선화(아유미), 정재성(켄야), 김동곤(아빠), 유지수(엄마), 정선아(후지미), 김호진(겐야), 와다(조현식) 등이 출연했었는데 이 조합으로 다시 보려니 영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이는 다시 보더라도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탄탄한 극복과 연기가 어우러져 유쾌한 웃음을 가득 안겨주므로 연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함께 보기에도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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