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보면서 졸다 나온 사람들을 위한 변명 내가 사는 세상


난감한 일이다. 다들 재미있다고 난리인데 혼자서만 동의할 수 없으니 말이다.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몰입해서 봤다면서 디지털 버전과 3D에 이어 4D까지 몇 번씩 봤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판에 보면서 졸기까지 했다면 이상한 사람 취급당할 게 뻔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단 말인가. 연일 흥행 돌풍을 이어가면서 2014년 2월 초 630만을 돌파하며 끝내 천만을 넘긴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Frozen, 2013)' 이야기다.

2014년 1월 16일에 개봉한 '겨울왕국'은 화제를 몰고 다니면서 각종 이야깃거리들을 쏟아내고 있다. 먼저 개봉 16일 만에 510만을 넘기면서 2011년에 개봉했던 '쿵푸 팬더2(Kung Fu Panda 2, 2011)'를 누르고 역대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 영화가 되었다. 또한, 591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 2012)'을 넘어서 뮤지컬 영화 흥행 신기록까지 세우고 있는 중이다.

뿐만 아니다. 화제작이었던 592만명의 '인셉션(Inception, 2010)', 596만명의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2003)'까지 제치고 역대 외화 박스오피스 9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지금 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다크 나이트 라이즈(The Dark Knight Rises, 2012)'와 '어벤저스(The Avengers, 2012)'를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흥행 속도로만 보면 24일 만에 600만을 돌파한 역해 외화 흥행 4위 영화인 757만의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Mission: Impossible: Ghost Protocol, 2011)'과 21일 만에 넘긴 6위(744만) '트랜스포머1(Transformers, 2007)'보다 빠르고 5위(750만) '트랜스포머2(Transformers: Revenge Of The Fallen, 2009)'와는 타이기록에 해당한다. 애니메이션으로는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겨울왕국'의 돌풍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입에 침을 튀겨가면서 재미있다고 하는 소리를 듣고 영화관을 찾았다가 생각보다 시시한 스토리와 밋밋한 전개에 실망한 사람들이다. 그다지 흥미진진하지도 않고 놀랄 만한 반전도 없다.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하다는 말에도 동의하지 못한다. 기억나는 노래라고는 고작 'Let it go' 하나뿐이지 않은가.

일단 스토리를 보자. 원인 모를 불치병에 걸린 공주의 비극적인 삶을 바탕으로 하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엘사는 누구의 저주를 받은 것도 아니고 집안의 유전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원인불명이다. 동화 같은 내용의 만화영화에서 그런 것까지 따져야겠느냐고 물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남들은 다 재미있다는 이 영화를 보면서 졸았던 나름대로의 이유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불안하더니 그런 불쌍한 딸을 돌봐주던 부모님은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게 되는데 그 과정 또한 간략하게만 묘사할 뿐이고, 여왕이 되는 대관식 날 헐벗은 차림으로 가출을 결행하는 엘사의 모습에서 느끼는 감정이라곤 처연하다는 점이었다. 눈보라를 뚫고 무턱대고 언니를 쫓는 동생 안나는 용감한 건지 무식한 건지 모르겠고, 그 후의 이야기 전개도 얼추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해 재미있다고 하는 이유 중에는 화려한 영상미와 감미로운 멜로디를 빼놓지 않는다. 화려한 영상미라... 글쎄 디지털 애니메이션 중에서 영상미가 화려하지 않은 애니메이션도 있었나. 차라리 '토이스토리'가 더 화사하지 않던가. 노래도 그렇다. '토이스토리'에서도 'You've got a friend in me'와 'Strange things' 등이 있는데 이 영화에는 달랑 하나만 내세울 수 있을 뿐이다.

어려서부터 디즈니 작품은 의리로라도 믿고 보는 편인데, 이 영화는 디즈니의 다른 작품에 비해서 크게 뛰어나다고 볼 수 없다. 어쩌면 스토리 완성도 면에서는 오히려 퇴보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 영화를 보면서 졸았다고 한들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좋았던 사람들은 가슴에 담으면 되고,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은 조용히 잊으면 된다. 잘 나고 못 나고의 차이가 아니다. 그저 취향의 차이일 뿐이다.

겨울왕국(Frozen, 2013)
애니메이션, 가족, 판타지, 뮤지컬 | 미국 | 108분 | 2014.01.16 개봉 | 감독 : 크리스 벅, 제니퍼 리
출연 : 크리스틴 벨(안나), 이디나 멘젤(엘사), 조나단 그로프(크리스토프), 조시 게드(올라프)

덧글

  • rumic71 2020/10/09 17:31 # 답글

    상황은 좀 다르지만, 저도 옛날 에반겔리온이 그렇게 난리칠 때 전혀 재미를 못 느껴서 난감했습니다.
  • 타마 2020/10/12 11:06 # 답글

    결국 취향의 차이겠지요. 저도 기억에 남는 거라고는 렛잇고 뿐이네요. 그리고 애니메이션 기술력이 좋구나... 정도? 스토리적으로는 큰 임팩트는 없었지요 ㅎㅎ
    2에 가서는... 영상은 더 화려하다고 느꼈지만... 노래는 렛잇고를 넘어서진 못했고... 스토리도 후퇴한 느낌이 들더군요.
    애초에 성인을 타켓팅 하기 어려운 동화 스토리인데, 어린이와 성인을 둘다 타케팅 하겠다고 욕심을 부린 한계라고 할까... (뭐... 디즈니 정도니까, 그럼에도 이정도까지 성공하는 작품을 만들어 냈겠죠.)
  • 2020/10/13 17:30 # 삭제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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