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사랑에 대한 책임은 여자에게만 있나? 극적인 하룻밤 내가 사는 세상


"요즘 20, 30대 여성은 임신을 하면 가장 먼저 정확한 수정 날짜가 언제인지 꼽아달라고 말합니다. 날짜에 따라 아이의 아버지가 달라진다나요? 이렇게 물어오는 여성 중 기혼도 적지 않습니다."

서울 강남에 있는 한 미혼 여성 전문 산부인과 원장의 말은 일부에 국한된 얘기이기는 하지만 오늘날 여성의 정조라는 게 얼마나 고루한 이야기인지를 말해주는 단적인 예라고 하겠다. 실제로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설문조사에서는 미혼 여성 316명 가운데 82.6%(261명)가 "결혼 전 성관계를 할 수 있다"고 답했고 53.5%(169명)는 "결혼과 섹스는 전혀 무관하다"고 대답했으며 특히 21.2%(67명)는 "마음만 맞으면 처음 만날 날 섹스도 가능하다"고 했단다.

조금 비약하자면 결혼 첫날밤 아내가 된 여인의 처녀막을 건드리는 건 남자의 판타지에 불과할지도 모를 일이다. 숫처녀나 숫총각이 대접받기보다는 오히려 천연기념물이라 불리며 놀림을 당하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남자가 성인이 되려면 직업여성이라도 만나서 총각 딱지를 떼야 하고 여자가 남자의 사랑을 확인하려면 살을 섞어야만 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인 탓일 게다.

연극 '극적인 하룻밤'은 이런 세태를 반영한 작품이다. 우연히(?) 만난 어느 남녀의 벌거벗은 하룻밤이 주된 소재로 실제 두 남녀 주인공의 정사 장면은 19禁 영화만큼이나 민망하기까지 하다.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은 남녀가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면 살짝 낯을 붉힐지도 모를 만큼 과감한 장면들이 이어지기도 한다. 재미있다는 말만 듣고 갔다가는 오히려 어색한 사이가 돼서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서로 사랑하던 사람의 결혼식장에서 만난 버림받은 남녀가 하룻밤 사랑을 통해서 각자의 방법으로 서로를 버린 연인에게 복수한다는 게 주된 내용인 이 작품은 젊은 남녀의 감성을 자극하며 공연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든다. 벗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니 미혼의 청춘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이라 하겠다. 블로거들의 각종 공연리뷰들을 살펴보면 호평 일색일 정도로 평가도 좋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살짝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이 작품의 출연진은 남녀 주인공 단 두 명으로 남자인 정훈 역에는 김태향과 김재범이 그리고 여자인 시후 역에는 이애린과 최주리가 더블 캐스팅으로 출연한다. 내가 본 공연은 김태향과 이애린 출연이었는데 솔직히 대사 전달도 안되고 그리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되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남들 웃을 때 웃지 못하는 우울한 상황이 연속되곤 했다.

문제는 공연장의 규모였다. 극장식으로 지정석이고 편안한 좌석은 좋았지만 두 배우가 감당하기에는 극장이 너무 커 보였던 것이다. 2층 규모여서 천장도 높았는데 이는 배우들의 발성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100여 석 규모의 소극장이라면 모르지만 2층 규모의 극장에서 공연하기에는 두 배우들의 발성이 아직 미숙해 보였다. 당연히 극에 대한 몰입이 방해받을 수밖에 없었다.

다시 처음의 설문으로 돌아가서 성관계를 하는 이유에 대해 "애정의 표현이니까"가 75.9%(240명)로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처음 성관계를 한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20대 초반 대학생 때"가 41.5%(131명)로 가장 높았고, "20대 중후반 사회 초년생 때"가 35.4%로 뒤를 이었으며 "아직 성관계를 한 적이 없다"는 대답은 10.8%(34명)에 그쳤다고 한다.

이 설문은 하룻밤 사랑, 즉 원나잇 스탠드(One Night Stand)에 대한 요즘 여자들의 인식에 대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남녀가 만나서 이루어지는 행위이지만 남자는 빼놓고 대범한 요즘 여자들이라는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설문 내용이 씁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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