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그녀를 보고 극장이 발칵 뒤집어진 이유 내가 사는 세상


세상에 구차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다. 폼나게 살다가 죽을 때도 폼나게 죽을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세기의 섹시 아이콘 마릴린 몬로(Marilyn Monroe, 1926~1962)는 서른여섯에 죽었고 시대의 반항아 제임스 딘(James Byron Dean, 1931~1955)은 스물넷에 세상을 떠났다. 우리가 기억하는 마릴린 몬로는 항상 30대고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는 제임스 딘의 모습이 20대인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게 어디 그리 말처럼 되던가. 살다 보니 20대는 한순간이고 30대도 순식간에 지나가고 만다. 마음은 아직 그대로인데 몸은 자신도 모르게 나이를 먹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서른이 되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다고 다짐하는 사람도 있다. 늙고 추하게 사는 것보다 젊고 아름다울 때 생을 마감하겠다는 생각에서다. 대부분의 경우 지키지 못하게 될 다짐이기는 하지만...

그녀도 그랬다. 부잣집 막내딸로 곱게 자란 그녀는 서른까지만 살고 싶다고 했었다. 구차하게 늙느니 화려하게 죽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사랑 하나만 믿고 함께 야반도주했던 신랑은 객지에서 요절한데다 건사해야 할 젖먹이가 있으니 어쩌지도 못했다. 악착같이 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삶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젊은 날의 다짐은 그저 사치일 뿐이었다.

영화 '수상한 그녀(Miss Granny, 2014)'는 이처럼 한 많은 여인의 넋두리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녀의 끝나지 않은 불운을 배경으로 한다. 번듯하게 국립대 교수로 키워놓았지만, 아내에게서 꼼짝도 하지 못하는 아들과 사사건건 부딪치기만 하는 며느리, 그리고 취직 못하고 빈둥대는 백조 신세의 손녀딸과 음악 한다고 밖으로 나돌아만 다니는 손주 녀석.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집구석이다.

'수상한 그녀'의 시작은 우울해 보이지만 결코 우울하지 않고 스토리는 진부해 보이지만 전혀 진부하지 않다. 오히려 울고 웃다 보면 두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릴 정도로 적당히 재미있고 적당히 감동적이다. 그야말로 갖은 양념을 제대로 버무린 영화라고 할 수 있었다. 웃겨야 할 때와 울려야 할 때를 제대로 알고 있는 영화다. 그렇다고 억지웃음이나 억지 눈물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자연스럽게 웃다가 자연스럽게 눈물이 흐르게 만드는 영화다.

작년 이맘때 천만 영화로 등극했던 '7번방의 선물(Miracle in Cell No.7, 2012)'에 예승이(갈소원)가 있었다면 '수상한 그녀'에는 오두리(심은경)가 있다. 출연하는 영화마다 인상적인 기억을 남기는 심은경은 이제 스물을 갓 넘긴 나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신들린 연기력을 과시한다. 이 영화의 8할이 심은경이라는 배우의 존재만으로 빛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영화는 많은 부분에서 2011년 개봉 영화 '써니(Sunny, 2011)'를 닮았다. 심은경이 주연인데다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가 난무한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남녀노소할 것 없이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수상한 그녀'가 '써니'보다 더 재미있고 더 교육적이며 더 감동적이다. 그동안 가족영화가 부족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개봉시기를 조금 더 앞당겼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가슴을 적시는 심은경의 노래도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웃음과 눈물 그리고 노래까지 삼박자가 모두 갖춰졌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천기누설을 하자면 끝 부분에 깜짝 놀랄만한 인물이 등장한다. 까메오이기는 해도 그의 등장만으로 극장이 발칵 뒤집어지기까지 했다. 요즘 가장 핫한 인물이니 그의 출현을 전혀 모르고 있던 상태에서는 경악스럽기까지 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영화라며 바람몰이 하고 있는 '변호인(The Attorney, 2013)'이 어느덧 천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때 모처럼 볼만한 영화가 하나 더 나타났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영화였다. 결말 부분에서 20대 엄마에게 못난 아들로서 고백하는 성동일의 대사를 들으며 많이 울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천만 관객이 들 정도로 흥행에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수상한 그녀(Miss Granny, 2014) 
코미디, 드라마 | 한국 | 124분 | 2014.01.22 개봉 | 감독 : 황동혁
출연 : 심은경(오두리), 나문희(오말순), 박인환(박씨), 성동일(반현철), 까메오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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