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과의 연애가 순정일 수도 있다? 순정만화 내가 사는 세상


요상한 일이다. 줄거리는 막장이지만 순정으로 포장(?)되어 있는 작품이 있다. 웹툰을 시작으로 단행본 만화로 출간된데 이어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이번에는 연극까지 진출했다. 도대체 이 작품에는 무슨 매력이 있길래 이렇게도 오래도록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것일까? 강풀 원작의 '순정만화' 얘기다.

2003년 10월 24일부터 미디어 다음에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웹툰시대의 서막을 알렸던 '순정만화'는 2004년 4월까지 폭발적인 인기와 성원 속에 마무리 지은 후 2004년 5월 문학세계사를 통해서 책으로 출판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2008년 11월에는 유지태와 이연희, 채정안과 강인을 주연으로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제는 대학로에서 연극으로 공연되고 있기도 하다.

연극으로서 '순정만화'는 사실 기대치가 많이 떨어지는게 사실이었다. 전혀 새로울 내용이 아무 것도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던 이유에서다. 웹툰으로 책으로 영화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접했던 내용이고 세가지 모두는 아니어도 최소한 셋 중에 하나는 보았을만한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같은 내용을 종이로 보느냐 영화관에서 보느냐 무대에서 보느냐의 차이 정도로만 여겨졌던 것이다.

그런데 뜻밖이었다. 연극 '순정만화'에서 책이나 영화와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가 있었다. 30대 노총각 회사원과 18세 여고생의 순수(?)한 사랑이야기와 고3 수험생과 그보다 8살이나 많은 비련의 여인 사이에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책에서 볼때와 그리고 영화에서 볼때와는 또 다르게 다가왔다. 이것은 과연 원작의 힘인가 아니면 연극이라는 무대예술의 힘인가 그도 아니면 배우들의 힘인가.

사실 연극으로서의 '순정만화'는 다소 억울할만하다. 책보다는 1년이 늦었지만 영화보다는 3년이나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책과 영화에 이어 마지막으로 연극으로까지 만들어졌다는 오해 아닌 오해 때문이다. 연극 '순정만화'는 2005년 10월 초연을 시작으로 소극장 공연으로는 드물게 2000회 공연을 올렸으며 서울을 비롯해 대구,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150만 관객의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라고 한다.

'순정만화'가 이렇게 오래도록 무대에 올려질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시대를 넘어서는 원작의 힘이 컸겠지만 무대예술이라는 쟝르의 힘도 무시할 수 없을게다. 책이나 영화는 한번 만들어지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지만 연극은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 움직이는 까닭에서다. 같은 내용이지만 어떤 출연진이냐에 따라서 맛이 다르고 느낌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껌아트홀에서 공연되고 있는 '순정만화'도 마찮가지다. 7명이 등장하는 이번 공연에는 모두 14명의 출연진들이 대기하고 있다. 주인공인 김연우와 한수영 역에도 각각 봉승호와 김태형 그리고 이혜림과 이환희 등이 더블 캐스팅되어 있어 각기 다른 맛의 공연을 맛볼 수가 있다. 게다가 권하경과 강숙까지 더해지면 그 경우의 수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연극의 힘이라 하겠다.

내가 본 공연에는 봉승호(연우), 이환희(수영), 이가윤(하경), 김요한(강숙), 장지훈(규철), 김지안(7배우), 김진여(엄마)가 출연했었는데 나름대로 연우의 순수함과 수영의 발랄함 그리고 하경의 쓸쓸함과 강숙의 저돌적인 성격들을 모두 훌륭하게 소화해 주었다. 또한 조미료 역할을 맡은 배역인 규철과 엄마도 조연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화려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멀티맨이라고 할 수 있는 7배우역의 김지안이 펼치는 종횡무진 활약은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였다. 또 다른 배우 한상욱이 같은 역할에 캐스팅되어 있지만 김지안 만한 포스를 보여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수영 역의 이환희였는데 많은 남성팬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만들지 않을까 싶다. 같은 수영 역을 맡은 이혜림은 또 어떤 매력이 있을까 궁굼하기도 하다.

공연이 시작되기전 간단한 경품행사가 진행되고 공연이 마친 후에는 간단하지 않은 경품행사(?)가 진행되기도 하는데 그 자리에 참석했던 관객뿐만 아니라 행사에 주인공이된 한쌍의 연인에게도 깜짝 놀랄만한 이벤트였다. 찬바람이 부는 이 계절에 사랑이 그리운 연인이 있다면 연극 '순정만화'를 함께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된 이유다. 단, 공연 후에 펼쳐지는 행사를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남자에 한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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