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환상이 될 수 없는 일상에 대하여, 어바웃 타임 내가 사는 세상


우리는 매 순간마다 선택을 강요받으며 살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때로는 만족하기도 하고 때로는 후회하기도 한다. 가끔은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선택은 그렇지 못하다. 선택에 앞서 매사에 신중해야만 하는 이유다. 작은 결정이든 큰 결정이든 선택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의 몫이다. 되돌릴 수도 없거니와 후회해도 소용없다. 엎질러진 물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래도 가끔은 부질없는 상상도 해본다. 그때 만일 다른 선택을 했다면 결과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만일 시간을 되돌릴 만한 능력이 있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더 이상 짜장과 짬뽕 중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게다. 짜장을 먹다 맘에 들지 않으면 시간을 되돌려 짬뽕을 선택해서 먹으면 될 테니. 그렇게 되면 선택이고 뭐고도 없다. 그냥 되는대로 살다가 다시 되돌리면 되지 않은가.

그런 상상을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영화가 '어바웃 타임(About Time, 2013)'이다. 주인공 팀(돔놀 글리슨)은 성인이 되는 날, 아빠(빌 나이)로부터 엄청난 비밀을 듣게 된다. 집안의 남자들에게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말이었다. 아빠도 그랬고 할아버지도 그랬단다. 그러면서 히틀러를 죽이거나 여신과 뜨거운 섹스를 할 수는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만우절의 거짓말 같은 말에 팀은 반신반의하며 옷장 안에 들어가 시도해 봤는데 아빠의 말은 사실이었다. 정말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로 돌아가 있었다. 다만, 아무 때로나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자신이 기억하는 기억으로만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한 번 돌아가면 돌아올 수는 없었다. 과거로는 갈 수 있어도 미래로는 오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그런 능력이 생긴다면 어디에 쓰겠느냐는 아빠의 물음에 여자친구를 만드는 데 쓰고 싶다는 철부지 아들은 자신의 놀라운 능력을 쏠쏠찮게 써먹기 시작한다. 방학을 맞아 놀러 온 여동생 친구의 썬크림을 발라주겠느냐는 말에 허둥대던 자신의 모습이 창피해 시간을 돌리고, 마지막 날 고백했던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며 시간을 돌린다. 그러고도 샬롯의 마음을 얻지는 못했으니 시간을 돌려도 여인의 마음을 얻기는 역시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영화 '어바웃 타임'은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 2003)'와 '노팅힐(Notting Hill, 1999)'의 리차드 커티스 감독이 매가폰을 잡은 영화로 많은 사람들이 훈훈한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을 것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보다는 로맨틱 판타지에 가까운 타임슬립 영화로 사랑 이야기보다는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다소 교훈적인 영화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토리 전개가 그리 매끄럽지 않고 매력적이지도 못하다는 점에 대해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했다가는 실망하기에 십상이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여자들이 어떤 남자를 좋아하는지 잘 아는 사랑영화'라고 할 정도로 어이없고 유치한 부분도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재미도 없고 교훈도 얻을 수 없었던 영화였으니 나한테 시간을 되돌릴 능력이 있다면 이 영화를 예매하기 전으로 돌리고 싶은 영화였다.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 1993)'이라는 영화가 있다. 지방 축제에 취재차 파견되어 나갔던 기상캐스터 필(빌 머레이)에게 생기는 묘한 일에 대한 이야기였다. 갑작스러운 폭설에 발이 묶였던 빌은 매일마다 반복되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어떻게 하루를 보내도 기다리던 내일은 오지 않았지만, 실의에 빠진 빌이 인생과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의미를 찾게 되자 비로소 내일이 오더라는 영화였다.

인간으로서는 저항할 수 없는 시간의 굴레를 뒤집어쓴 '사랑의 블랙홀'과 달리 '어바웃 타임'은 자발적으로 시간을 돌려 선택을 결과를 바꿀 수 있었다. 언뜻 보면 '사랑의 블랙홀'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으니 그 영화처럼 재미있을 듯 보이지만 그렇지가 않다. '사랑의 블랙홀'에서는 주인공에게 연민이라도 느낄 수 있었으나 이 영화는 그렇지가 못하다. 그저 속 편한 사람들의 철없는 장난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런 영화를 보기에 내가 너무 나이를 먹은 탓일까.

어바웃 타임(About Time, 2013)
멜로/애정/로맨스, 코미디 | 영국 | 123분 | 2013.12.05 개봉 | 감독 : 리차드 커티스
출연 : 레이첼 맥아담스(메리), 빌 나이(팀의 아빠), 돔놀 글리슨(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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