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가 그녀를 미치도록 만들었나, 블루 재스민 내가 사는 세상


세상의 모든 걸 다 가진 여자였다. 더 이상 가질 것도 없고 그 이상 필요도 없었다. 상류층으로 살면서 누릴 건 모두 다 누려오던 여자였다. 그러면서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편까지 가졌으니 세상에 부러울 게 없는 여자였다. 꽃과 같이 사랑스러운 이름의 여인 재스민 이야기다.

뉴욕은 그녀에게 모든 것을 주었다. 햄튼에 위치한 고급 저택에서 파티를 즐겼고, 맨해튼 5번가에서 명품 쇼핑을 즐겼으며, 불우한 사람들을 위한 자선행사에도 빠지지 않으면서 상류층으로서의 의무도 다했다. 그저 펑펑 써대기에 급급한 졸부 마나님이 아니라 우아하게 쓸 줄 아는 사모님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재혼이지만 남편과의 사이도 좋았고 자신이 직접 낳지는 않았다해도 의붓아들과의 관계도 친모 못지않았다.

누구나 그렇듯 그녀 역시 자신의 행복이 영원하리라 믿었다. 금고에는 언제나 현금으로 가득하고, 사람들은 항상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남편은 늘 자신만 바라봐 주리라 기대했었다. 현금이 없는 세상이나, 남들의 관심에서 잊혀진 세상, 그리고 남편의 사랑이 없는 세상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의 세상은 언제나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는 그런 세상이었다.

하지만 지금 재스민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재산을 몰수당해 생활비마저 없어서 누추한 동생집에 얹혀살아야 하는 신세가 되었고, 자신을 부러워하는 눈으로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선을 이제는 피해 다녀야 하는 처지가 되었으며, 늘 사랑으로 감싸주던 남편마저 없는 세상으로 홀로 내동댕이쳐졌다. 그야말로 천장에서 바닥으로 추락했다고 할 수 있었다.

영화 '블루 재스민'은 그토록 호화스럽게 살던 여인이 갑작스레 겪어야 하는 극심한 혼란을 그린 작품이다. 그러한 현실을 인정할 수 없었던 재스민은 신경쇠약 속에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텨야만 했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라곤 명품 브랜드의 정장 한 벌과 루이뷔통 가방 몇 개가 전부였다. 그것마저 없었더라면 재스민은 더 이상 버텨내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뉴욕을 떠난 재스민이 동생 진저를 찾아 샌프란시스코로 날아오면서 시작된다. 그러면서 늘 자신의 화려했던 지난날을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싶어한다. 누가 듣던 말던 상관하지 않고 오직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지꺼릴 뿐이다. 그렇게 부인한다고 현실을 부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잠시라도 잊을 수는 있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충격을 완화시키고 있었다.

스토리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라는 두 도시를 배경으로 전개되는데 뉴욕에서는 재스민의 화려했던 과거가 그려지고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재스민의 초라한 현재가 그려진다. 재스민에게 뉴욕은 모든 것을 다 주었던 도시였고 샌프란시스코는 모든 것을 다 빼앗은 도시라고 할 수 있겠다. 뉴욕은 희망의 도시였던데 반해서 샌프란시스코는 절망의 도시였다.

그래도 아직 그녀에게 관심을 갖는 남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은 다소 희망적이다. 일용직 잡부나 기름때 가득한 노동자부터 시작해서 의사와 나름 견실한 엘리트도 마찬가지로 재스민에게 끌린다. 상류층으로 살면서 몸에 밴 재스민의 도도한 매력 때문일 게다. 그러다 마침내 자신을 수렁에서 구해줄 구세주를 만나게 된다. 재스민은 과연 그 남자를 따라 지옥처럼 끔찍했던 절망의 나락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블랙 코미디의 대가 우디 앨런 감독은 영화 '블루 재스민'을 통해서 속세의 부질없은 허상을 그려냈다.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내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다. 모두들 뉴욕처럼 화려한 세상을 꿈꾸지만 현실은 샌프란시스코처럼 고단하니 말이다. 행복은 화려한 뉴욕을 잊지 못하는 재스민의 것이 아니라 초라한 샌프란시스코에도 만족하는 진저의 것이라는 사실을 통해서.

블루 재스민(Blue Jasmine, 2013)
드라마, 코미디 | 미국 | 98분 | 2013.09.25 개봉 | 감독 : 우디 앨런
출연 : 케이트 블란쳇(재스민), 알렉 볼드윈(할), 샐리 호킨스(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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