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보다 충격적인 반전의 묘미, 숨바꼭질 내가 사는 세상


동시에 개봉한 영화 두 편이 있었다. 하나는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재난영화 '감기(The Flu, 2013)'이고 다른 하나는 TV 단막극이나 단편 영화처럼 보이는 '숨바꼭질(2013)'이다. 출연진에서도 장혁, 수애가 등장하는 '감기'가 손현주, 문정희, 전미선 주연의 '숨바꼭질'을 압도하고 있다. 두 영화의 승부는 개봉하기 전부터 사실상 끝난 걸로 보이기까지 했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개봉 첫날 '감기'는 304,640명의 관객을 불러들이며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고 '숨바꼭질'은 293,920명으로 감기에 뒤지고 있었다. 한 가지 의아한 점은 '감기'의 흥행규모가 '숨바꼭질'을 압도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감기'는 하루 만에 박스오피스 정상을 내놓았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올라선 것은 뜻밖에도 '숨바꼭질'이었다.

개봉한 지 열흘이 지난 후 '감기'와 '숨바꼭질'의 누적관객수는 거의 더블스코어 차이로 벌어져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www.kobis.or.kr) 자료에 의하면 2013년 8월 25일 현재 '감기'의 누적관객수는 200만(2,695,051명)에 그치고 있는 데 비해 '숨바꼭질'은 400만(4,078,252명)을 넘어섰다. 주말(토·일)에도 '숨바꼭질'은 858,524명을 동원했고 '감기'는 339,639명에 그쳤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제작비 규모나 출연진 이름값을 비교하면 '감기'의 압승일 수밖에 없는데 오히려 '숨바꼭질'의 압승인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만 할까? 여러 가지 억지 설정으로 가득한 '감기'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요소는 차치하고 '숨바꼭질'이라는 영화만 놓고 본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영화적 완성도나 영화에 대한 몰입도,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 모두 훌륭하기 때문이다.

'숨바꼭질'은 성수(손현주)가 실종된 형을 찾아 나서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면서 갑자기 성수 주변에는 이제껏 없었던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마치 술래 몰래 도망 다니는 숨바꼭질처럼 말이다. 철거 직전의 서민 아파트에 사는 형의 실종과 그 형의 흔적을 찾아 나서는 성수, 그리고 성수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영화는 성수와 성수 가족의 목을 죄어오고 관객들의 숨소리까지 앗아간다.

영화 '숨바꼭질'은 스릴러이기는 하지만 공포영화는 아니다. 이 말은 잔인하거나 무서운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상당히 잘 만든 영화다. 이는 술래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살금살금 숨죽여 걸어가다가도 술래를 만나면 갑자기 속도를 높이듯이 강약의 템포를 적절히 조절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인위적으로 관객을 놀래키려고 들었다면 외면받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요즘 영화들을 보면 제목에 촌티가 줄줄 흐른다. 영화 '도둑들(The Thieves, 2012)'이 흥행에 성공하고부터는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몰라도 제목에 그다지 공을 들이지 않는 눈치다. 설경구, 정우성, 한효주 주연의 영화 '감시자들(2013)'이 그렇고 '숨바꼭질'과 같은 날 개봉한 영화 '감기(The Flu, 2013)'도 그렇다. 이 영화보다 앞서 개봉한 임창정, 최다니엘 주연의 영화 '공모자들(2012)'도 마찬가지다.

제목이 작품의 수준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제목에 신경 쓸 시간이 있다면 작품의 완성도에 더 투자하는 게 낫다. 하지만 제목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쩌면 제목이 작품에 있어 최후의 방점을 찍는 일일 수도 있다. '알랭 드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 Purple Noon, 1960)'와 맷 데이먼 주연의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 1999)'는 같은 내용이지만 제목 하나로 전혀 다른 느낌이 나는 것도 그 때문일게다.

그렇다면 '숨바꼭질'은 어떤가. 역시 제목만으로는 그다지 관심을 끌기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감기'가 내용과 제목에서 모두 실패한 케이스라면 '숨바꼭질'은 그 반대다. 내용도 훌륭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숨바꼭질'이라는 제목이 영화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뒷부분의 상투적인 결말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이 정도라면 누구나 충분히 즐길만한 스릴러라고 할 수 있겠다. 심지어 나처럼 공포물을 싫어하는 사람까지도.

숨바꼭질(2013)
스릴러 | 한국 | 107분 | 2013.08.14 개봉 | 감독 : 허정
출연 : 손현주(성수), 문정희(주희), 전미선(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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