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쫓겨나지 않고 성공하는 36가지 방법 내가 사는 세상


삼십육계 줄행랑! 정확한 유래와 의미를 모르는 사람도 정황이 불리해지면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뜻으로 흔하게 쓰는 말이다. 혈기 왕성한 젊은 시절에는 무조건 부딪히는 것이 모험 정신이고 도전 정신이라고 생각했었다.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혼자서 예를 외칠 수 있어야 하고 모두가 왼쪽을 선택할 때 혼자서 오른쪽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건 없는 선택은 무모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서부터였다. 그 무엇보다도 으뜸이 바로 생존인 이유에서다.

우리가 '삼십육계' 중에서 마지막 서른여섯 번째 계략만을 기억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게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말이다. 무조건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잠시 물러서지만 다음에는 기필코 뜻을 이루고야 말겠다는 다짐인 것이다. 특히 직장이라는 비즈니스 전쟁터에서 '진정한 도망'은 더욱 진가를 발휘하기 마련이다.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는 그 필요성이 더할 수밖에 없다.

병서 중에서 으뜸으로 인정받는 병서는 아무래도 춘추 시대 말기 제나라 사람이던 손무가 작성한 '손자병법'일 것이다. 손무는 그의 병법 이론으로 오자서와 함께 오나라를 강국의 반열에 올려놓는데 절대적으로 기여하기도 했다. 그와 달리 '삼십육계'의 경우 일반인들에게는 '듣보잡'으로 평가받기 일쑤다. 특히 "삼십육계 줄행랑"이라는 표현이 "비겁하다"는 의미의 부정적인 뉘앙스로 사용되면서 더욱 그렇게 굳어져간 측면도 있다.

하지만 '삼십육계'는 중국 고대의 뛰어난 군사사상과 풍부한 전쟁 경험을 총망라한 병서로 '손자병법'과 함께 중국 고대사의 최고 병법서로 칭송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손자병법'처럼 군사 전투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이나 인간관계, 직장 내 승진과 비즈니스 경쟁, 외교협상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겠다. 결코 폄하하거나 무시할만한 내용이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손자병법'과 달리 작성 연대나 저자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점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역사학과 교수 천원페이의 '똑똑한 리더의 36계'는 이야기의 재미와 병법의 이론을 합쳐 놓았기에 부담 없이 읽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병법의 이론까지 체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앞 부분에 병법의 원문이 나오고 그 뒤를 이어 이 병법을 사용한 고사의 사례를 소개해서 이해를 돕고 있으며 근래의 전쟁이나 기업에서 적용한 성공사례와 함께 현대 기업의 성공사례와 기업이나 정치, 졍제, 사회, 개인, 가정에 적용할 지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식이다. 즉 병법 설명-고전 사례-근현대 사례 순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즉 단순히 병법을 나열하고 이를 해석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여기에 다양하고 풍부한 사례를 곁들임으로써 이해를 최대한 도왔다는 측면에서 볼 때 삼십육계를 통해서 경영의 진리를 발견하고 싶어 하는 경영자나 조직의 리더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고전의 병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삼십육계'에는 몇 가지 친숙한 전략들이 등장하는데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넌다"는 제1계 '만천과해(瞞天過海)'도 그렇고 "위나라를 포위하여 조나라를 구한다"는 의미의 제2계 '위위구조(圍魏救趙)'도 그렇다. 특히 "남의 칼을 빌어서 사람을 죽인다"는 제3계 '차도살인(借刀殺人)'도 들어봄직한 말이다. 또한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을 치다"는 의미의 '성동격서(聲東擊西)'는 비교적 흔히 듣는 말이기도 하다. 이렇듯 '삼십육계'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실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계책들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삼십육계'의 계략들을 모두 6가지로 분류해 놓아 이해를 돕고 있다. 제1계 만천과해(瞞天過海,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너다)부터 시작해서 제2계 위위구조(圍魏救趙, 위나라를 포위하여 조나라를 구원하다), 제3계 차도살인(借刀殺人, 남의 칼을 빌어서 사람을 죽이다), 제4계 이일대로(以逸待勞, 쉬다가 피로에 지친 적과 싸운다), 제5계 진화타겁(진火打劫, 불난 집에 들어가 도둑질하다)와 제6계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을 치다)까지가 이기고 싶다면 치밀하게 계획하라는 '승전계(勝戰計)'이다.



또한 제2전략은 거짓을 진짜처럼 믿게하라는 '적전계(敵戰計)'로 제7계 무중생유(無中生有,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다), 제8계 암도진창(暗度陳倉, 정면에서 유인하고 실제로는 우회하다), 제9계 격안관화(隔岸觀火, 강 건너 불구경하다), 제10계 소리장도(笑裏藏刀, 웃음 속에 칼을 감추다), 제11계 이대도강(李代桃?, 형제가 근심과 재난을 같이 나누다), 제12계 순수견양(順手牽羊, 기회를 틈타 물건을 가지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하다는 의미의 제3전략은 '공전계(功戰計)'로 제13계 타초경사(打草驚蛇,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하다), 제14계 차시환혼(借尸還魂, 죽은 몸을 빌려 영혼을 되살린다), 제15계 조호이산(調虎離山, 호랑이를 유인해 산에서 떠나게 하다), 제16계 욕금고종(欲擒故縱, 큰 것을 잡기 위해 작은 것을 놓아주다), 제17계 포전인옥(抛塼引玉, 벽돌을 버리고 옥을 얻는다), 제18계 금적금왕(擒賊擒王, 적과 싸울 때는 두목을 먼저 잡아야 한다) 등으로 엮어져 있다.

제4전략은 위기는 곧 기회를 의미하는 '혼전계(混戰界)'로 제19계 부저추신(釜底抽薪, 솥 밑에 타고 있는 장작을 꺼내서 솥이 끓어오르는 것을 막다), 제20계 혼수모어(渾水摸魚, 물을 흐려 고기를 잡는다), 제21계 금선탈각(金蟬脫殼, 매미처럼 아무도 모르게 허물을 벗다), 제22계 관문착적(關門捉賊, 문을 잠그고 도둑을 잡다), 제 23계 원교근공(遠交近攻, 먼 나라와 친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한다), 제24계 가도벌괵(假道伐虢, 길을 빌려 괵나라를 정벌하다) 등이 해당한다.

속고 속인다는 제5전략 '병전계(幷戰計)'는 제25계 투량환주(偸梁換柱, 대들보를 훔쳐 내어 기둥으로 바꾸다), 제26계 지상매괴(指桑罵槐, 이 사람을 가리키면서 저 사람을 욕한다), 제27계 가치부전(假痴不癲, 어리석은 척하지만, 사실은 미치지 않았다), 제28계 상옥추제(上屋抽梯, 지붕에 기어오르게 한 뒤 사다리를 치우다), 제29계 수상개화(樹上開化, 나무에 꽃이 피게 하다), 제30계 반객위주(反客爲主, 손님이 도리어 주인 노릇을 한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지막 제6계는 전세가 불리해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패전계(敗戰計)'를 담고 있는데 제31계 미인계(美人計, 미인을 이용하여 적의 우두머리를 꾀다), 제32계 공성계(空城計, 성을 비워 적을 유인하다), 제33계 반간계(反間計, 적의 간첩을 역이용하다), 제34계 고육계(苦肉計, 적을 속이기 위하여 자신의 괴로움을 무릅쓰고 꾸미는 계책), 제35계 연환계(連環計, 여러 계책을 엮어 사용하다), 제36계 주위상(走爲上, 여의치 않을 땐 피하는 게 상책이다) 이 해당한다.

이 책은 '살면서 꼭 한 번 읽어야 할 지혜 시리즈' 중에서 '똑똑한 리더의 손자병법'에 이어지는 두 번째 책이다. 북메이드에서는 '손자병법'과 '36계'에 이어 '공자지혜', '맹자지혜', '노자지혜' 순으로 계속될 예정이다. 다만 여러 가지 내용을 담으려다 보니 비교적 간단하게만 언급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병법 이론이나 역사적인 고사 등이 스치듯 지나가고 있기에 폭은 넓을지 몰라도 깊이가 얕기 때문이다.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죽도 밥도 아니다"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부분이다.

"책은 지혜를 담는 도구가 아니라 인생을 바꾸는 등불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바로 당신의 현재 모습이라고 합니다. 우연히 읽게 된 책 한 권이 당신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책은 머리로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서두를 장식하는 출판사 북메이드의 철학이라고 한다. 책만큼이나 마음에 드는 철학이 아닐 수 없다. 초심을 잃지 말고 좋은 책들을 계속해서 내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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