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교황의 갑작스러운 사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내가 사는 세상


교황이 사임을 발표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한번 오르면 죽을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 하는 종신직임에도 스스로 내려올 결정을 하고 만 것이다. 자신을 향한 전 세계 신도들의 과도한 기대와 언제나 신앙적으로 옳아야 한다는 무거운 중압감을 이기지 못한 결과였다.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허용되지 않은 자리였기 때문이다. 영화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Habemus Papam, We Have A Pope, 2011)'의 이야기이다.

2011년에 제작된 이 영화는 전임 교황의 유고 이후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투표회의)를 거쳐 새로운 교황이 탄생하게 되는 과정과 교황으로서 겪게 되는 인간적인 고뇌를 비교적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교황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약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나님의 종이라며 신성한 존재로 추앙받지만 결국은 그도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이 영화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기에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바티칸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새로운 교황이 선출되기까지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는 콘클라베의 모습과 교황으로 자신이 선출되기를 바라는 추기경들과 그 반대로 제발 자신이 교황으로 선출되지 않기를 바라는 추기경들의 모습들도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 영화는 대단히 흥미로운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이 영화의 내용은 다분히 불경스러운 게 사실이다. 신의 종을 한낱 인간으로 격하(?)시켰다는 점에서다. 새로 선출된 교황이 굳은 신앙과 철저한 사명감보다는 끊임없이 의심하는 불완전한 존재로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신의 존재를 믿고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에 대해 확고한 신념이 있다면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신의 종으로서의 맡겨진 사명을 스스로 내려놓는다는 것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그러한 불경스러운 생각보다는 오히려 강요된 사명이 얼마나 사람을 지치고 힘들게 하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평생 신을 위해 살다 보니 정작 자신을 위한 삶은 없었다는 데 대한 회한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교황도 그랬다. 자신이 교황으로서 적합할까 하는 의문을 시작으로 정작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찾게 되고 결국 자신은 교황이라는 성스러운 직분을 수행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교황으로서의 정체성 혼란에 대해서는 몰라도 최소한 교황의 사임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생각됐었는데 2013년 2월 28일 사임 예정이라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발표를 보고 나니 그렇게 허황된 내용도 아니었구나 싶어진다. 물론 이 영화는 1년 전인 2011년에 제작된 영화이기는 하지만 700여 년 만에 이루어진 갑작스러운 교황의 사임을 타고 특수를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 영화를 코미디로 홍보하는 수입배급사의 어설픈 마케팅이 영화의 진정성을 훼손한다는 점은 대단히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Habemus Papam, We Have A Pope, 2011)
드라마 | 이탈리아, 프랑스 | 102분 | 감독 : 난니 모레티
출연 : 미셀 피콜리, 난니 모레티, 난니 모레티, 예르지 스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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