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 때문에 보고 충격받은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 내가 사는 세상


뜻밖의 만남이 불쾌할 정도로 당황스러울 때도 있고 충격적일 만큼 반가울 때도 있다. 배두나의 헐리우드 진출작으로 소문난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Cloud Atlas, 2012)'의 경우에는 후자다. 워쇼스키 형제(또는 남매)의 영화로 배두나가 출연한다는 소리만 듣고 극장을 찾았다가 헐리우드 초호화 스타들의 총출동을 목격했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으랴.

이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면면을 챙겨 보자. '포레스트 검프'의 톰 행크스가 나오고 '노팅 힐'의 휴 그랜트가 나오며 '몬스터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최초의 흑인 여배우인 할 베리가 나온다. '반지의 제왕'의 휴고 위빙도 나오고 '델마와 루이스'의 수잔 서랜든과 '007 스카이폴'에서 Q로 출연했던 '벤 위쇼'도 나온다. 그리고 '원 데이'의 귀염둥이 짐 스터게스도 나온다.

이런 쟁쟁한 스타들 틈에 배우나가 끼어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었다. 단순히 배두나가 출연하는 SF 공상과학 영화라고만 생각했었으니 그 충격이 더했을런지도 모른다. 더구나 배두나의 역할은 깜짝 출연 정도가 아니라 영화 전반을 이끌어갈 정도로 중요하기까지 했다. 영화의 흥행성적과는 상관없이 헐리우드 대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배두나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영화 참 독특하다. 172분(2시간 52분)이라는 러닝타임도 그렇지만 그 내용도 무척 난해하기 때문이다. 1849년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2012년 현재 영국 런던으로 이동했다가 197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2144년 미래국제도시 네오 서울을 들르기도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시 1936년 벨기에와 영국을 오가기도 하고 문명이 파괴된 미래의 지구인 2346년으로 떠나기도 한다.

각기 다른 시대에서 펼쳐지는 서로 다른 여섯 편의 이야기가 얼기설기 엮여있는 구조도 당황스러웠지만 500년의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형식은 더욱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흥미로운 구성이기는 했지만 스토리를 따라가기 벅찬 게 사실이기도 했다. 게다가 아무런 설명도 없고 이유도 없이 시대 전환이 이루어지다 보니 관객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움을 느낄 법도 했다. 혹자는 리모콘을 아무렇게나 돌리듯 어지러웠다고도 한다.

그렇다고 관계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것을 눈치채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설령 눈치를 챘다고 해도 많은 부분은 놓쳤을 게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한 번만 보고 이 영화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구조상으로는 6개의 에피소드들을 모아놓은 옴니버스 형식을 띠고 있으나 그 주인공들이 모두 일치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6개의 시대가 다르고 내용도 다르지만, 결코 다른 영화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스토리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각 시대마다 바뀌는 배우들의 역할이다. 가령 톰 행크스의 경우 1849년에는 살의가 가득한 의사로 나오고 1936년에는 탐욕스러운 여관 주인으로 나오며 1974년에는 양심적인 핵 발전소 연구원으로 나온다. 2012년에는 다혈질의 소설가로 나오고 종말의 시대에 들어선 2346년에는 순박한 양치기로 나온다. 다만 네오 서울을 배경으로 한 2144년에서는 어떤 역할이었는지 알아보지 못한 점은 아쉽다.

이처럼 배우들은 각 시대에 따라 역할이 바뀌는 데 그들의 모습을 찾는 것도 신선한 재미 가운데 하나였다. 특히 영화가 끝난 후 출연 배우들의 변장 모습을 하나씩 보여줄 때면 '그때 그 역할이 그 배우였어?'하면서 무릎을 치게 될 것이다. 2144년 미래국제도시 네오 서울에서 손미-451 역을 맡은 배두나도 각 시대를 활보하며 무한 변신을 시도한다.

여기에 또 하나의 재미가 있는데 다섯 번째 에피소드인 네오 서울 편을 통해서다.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면서 왜색 분위기가 다분하기에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명색이 서울이니만큼 한글들이 눈에 띈다. 혜주(짐 스터게스)와 손미(배두나)가 타고 달아나던 트럭에는 '24시간설비'라는 글자가 보이고 그들이 잠입한 거리에는 '벗꽃신사클럽'이니 '호박주막'이니 하는 간판도 보인다. 미래 도시에서 만난 촌스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는...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영화는 윤회사상을 말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회란 원인과 결과가 분명한데 비해서 이 영화에서는 그런 연결고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톰 행크스가 맡은 역할을 보자. 살인자 의사 → 탐욕스러운 여관주인 → 양심적인 핵발전소 연구원 → 포악한 소설가 → ? → 순박한 양치기라는 존재가 의미하는 바를 알아차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500년에 걸쳐서 늘 같은 사람만 반복해서 만난다는 것도 다분히 인위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상당히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이다. 6개의 에피소드를 모두 소화하려다 보니 다소 무리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각 에피소드들의 완성도도 높은 편이었다. 다만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게 되면 뒤죽박죽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은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그렇다고 3시간짜리 영화를 또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원작 소설을 사보는 것이었다. 원작을 읽어보면 작가가 감독의 의도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클라우드 아틀라스(Cloud Atlas, 2012)
SF, 액션 | 미국, 독일 | 172분 | 2013.01.09 개봉 | 감독 : 앤디 워쇼스키, 라나 워쇼스키, 톰 티크베어
출연 : 톰 행크스, 휴 그랜트, 할리베리, 배두나, 짐 스터게스, 벤 위쇼, 휴고 위빙, 수잔 서랜든

덧글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화이트)

1419
151
398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