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동기가 분명하지 않은 이웃사람의 정체는 무엇인가 내가 사는 세상


만화 같다거나 영화 같다는 말은 현실과 다르다(비현실적)는 의미에서 볼 때 어느 정도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 정도를 따지자면 만화가 영화보다 훨씬 더 심한 편이다. 즉, 똑같이 현실성 없는 내용이라 하더래도 용인되는 수준은 영화보다 만화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창의성의 범위는 만화가 더 넓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만화를 영화로 옮길 때에는 어느 정도 현실성을 가미할 필요가 있다. 그림으로 그려진 만화와 달리 영상으로 옮겨진 영화는 보는 이들의 피부에 훨씬 가깝게 와 닿기 때문이다. 만화로는 초특급 베스트셀러였던 '공포의 외인구단'이 영화로는 삼류취급을 받았던 것도 그래서였다. 만화로 볼 때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 보였던 부분들이 막상 영화로 만들어지니 허접해 보였던 것이다.

2012년 8월22일에 개봉한 영화 '이웃사람'도 인기 작가 강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고소영이 주연을 맡았던 '아파트'(2006)를 시작으로 차태현, 하지원의 '바보'(2008), 유지태, 이연희, 채정안의 '순정만화'(2008),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의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에 이은 다섯 번째 작품이다. 워낙 유명한 작가의 작품인 만큼 개봉 일주일 만에 14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강풀 원작의 영화에는 일종의 징크스가 있다. 웹툰으로서는 대단한 화제작이었어도 영화로서는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64만 명 동원에 그쳤던 '아파트'나 97만 명과 73만 명의 '바보'와 '순정만화'가 그렇다. 고소영과 차태현 그리고 하지원과 유지태, 이연희 등 상당한 비중의 연기자들을 동원하고도 얻은 결과치고는 초라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지난해 개봉했던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164만 명을 불러들이면서 체면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하면 '이웃사람'의 흥행은 다소 고무적이다. 최고 흥행영화였던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에는 뚜렷한 맞수도 보이지 않았다. 임창정과 최다니엘 주연의 '공모자들'이 새롭게 개봉되면서 밀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박스오피스 2위를 유지했고 이러한 추세는 얼마 정도 계속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는 영화화되지 말았어야 할 작품이었다. 만화에서는 용인될 수 있었던 내용들이 영화화되면서 상당 부분 퇴색되었기 때문이다. 만화로는 그러려니 하며 넘어갈 수 있는 부분들도 영화로 보게 되면 조목조목 따질 수밖에 없는 까닭에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만화를 영화화할 때에는 어느 정도 현실성을 가미해야만 하는데 이 영화는 그 부분을 간과한 채 지나치게 원작에 충실할 뿐이었다.

이 영화에서 류승혁의 살인은 세 번째부터 다룬다. 하지만 '왜'라는 부분은 생략되어 있다. 지난 두 건의 살인은 그렇다 쳐도 이 영화의 주요 소재인 세 번째 살인은 설득력이 있어야만 한다. 얼마 전 여의도에서 칼부림을 벌였던 살인자도 직장에서 따돌림 당한 게 이유였고 지나가던 부녀자들을 무차별로 폭행했던 사내들에게도 기분 나쁘다는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살해 동기를 명백히 밝히지 않는다. 그저 이야기 전개를 위해 살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뿐이다.

만화에서는 그럴 수 있다. 많은 부분을 생략했어도 그냥 넘어가 줄 수 있다. 하지만 영화라면 다르다. 앞뒤가 맞아야 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앞에서 생략했다면 뒤에서라도 밝혀야 한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원작에서도 그랬을지 모르나 영화화했다면 그래서는 안 된다. 다소 억지스럽더래도 관객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려고 노력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그러한 노력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는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겼을 때의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다. 만화로서는 치밀해 보였을지 몰라도 영화로는 허술할 수밖에 없는 스토리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무리수도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게 마동석이 맡은 안혁모다. 막가파 스타일의 악덕 사채업자에 불과한 그가 마치 정의의 사도처럼 악을 응징한다는 결론은 어이없다 못해 황당하기 그지없다. 오죽하면 우리 사회에도 그런 인물이 필요하다는 영화평도 보일 정도다.

최근 들어 흉악 범죄가 잇따르면서 사회가 흉흉해지고 있다. TV를 틀거나 신문을 펼쳐 들면 온통 우울한 소식들뿐이다. 이런 현실에서 굳이 이런 소재의 만화까지 영화로 만들어야 하나 싶다. 게다가 치밀하지도 못하고 개연성도 없는데다 작품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보기 힘들다.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살인을 즐기라는 것일까 아니면 이웃사람 중에 살인자가 살고 있을 터이니 아무도 믿지 말라는 심오한 메시지라도 주고 싶은 것일까. 아무튼, 이 영화는 불편을 넘어 불쾌한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이웃사람(The Neighbors, 2012)
스릴러 | 한국 | 115분 | 2012.08.22 개봉 | 감독 : 김휘
출연 : 김윤진(송경희), 마동석(안혁모), 천호진(표종록), 김성균(류승혁), 김새론(유수연/원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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