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성욕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데인저러스 메소드 내가 사는 세상


솔직히 말해서 좀 자극적인 영화를 보려고 했던 게 사실이었다. '젊은 육체를 탐한 재벌, 그들의 재력을 탐한 젊음! 욕정과 치욕 사이'라는 말로 정의되어 있는 '돈의 맛'이나 '제발… 제 아내를 유혹해 주세요!'라며 노골적으로 적어놓은 '내 아내의 모든 것'을 보고자 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두 영화의 개봉일은 다음 날이었다. 영화를 보고자 작정한 입장에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당시 메가박스 동대문에서는 최강의 슈퍼 히어로들이 모였다는 '어벤져스'와 과감한 노출과 파격적인 정사신을 강조하던 '은교', 그리고 200년 만에 깨어났다는 바람둥이 뱀파이어 영화 '다크 섀도우' 등이 걸려있었지만, 불행히도 모두 본 영화들이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남북 단일 탁구팀의 활약을 그린 '코리아'도 있었으나 왠지 끌리지 않던 차에 눈에 들어온 영화가 바로 '데인저러스 메소드(A Dangerous Method, 2011)'라는 제목이었다.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이 영화를 보기로 결정했던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하나는 '위험한 방법'이라는 의미의 제목이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물처럼 보인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남자 주인공은 누군지 몰라도 여자 주인공이 키이나 나이틀리라는 점 때문이었다. '키이나 나이틀리',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그렸던 영화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 2003)'에서 사랑스러운 신부 줄리엣으로 나왔던 여인.

사실 내게 있어 키이나 나이틀리는 '러브 액츄얼리'에서의 모습만 가슴 속에 박제로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 후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 중에서 그때만큼 사랑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의 모습을 볼 때마다 실망만 쌓여갔다. 청순하고 순결한 모습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던 이유에서다. 마치 첫사랑을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다시 만난 듯 불편하기만 했다.

그렇게 선택한 영화였건만 스토리는 기대했던 것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영화는 정신분석학의 대가인 프로이트와 닥터 융의 만남과 우정 그리고 갈등과 결별을 그린 영화였던 것이다. 세상 모든 문제의 근원이 성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 프로이트와 성적 접근만으로 모든 문제의 해결은 불가하다며 무의식 세계를 주장한 융. 미스터리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닥터 융은 프로이트가 창안했지만, 실제 활용되지 않고 있던 '대화치료(Talking cure)'를 통해서 사비나 슈필라인을 치료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대화를 통해서 융은 그녀의 잠재적 가능성을 확인하게 되고 점점 여인으로서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왜 안 그렇겠는가. 아무리 환자(심하게 말하면 정신병자)이기는 해도 아내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누는 상대이니 오히려 당연한 일일런지도 모른다.

닥터 융이 존경하는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와 만나게 되는 것은 '성욕'이란 무엇인가라는 명제 때문이었다. 실로 짜릿한 주제가 아닌가. 기대와는 전혀 다른 영화였지만 뭐라도 하나 건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에 대해 명쾌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프로이트와 융의 논쟁을 대화와 편지 내용으로만 가득 메울 뿐이었다. 잠깐동안 닥터 융과 사비나의 정사신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지루하고 지겨운 영화였다.

이 영화에서 키이나 나이틀리가 맡은 역할은 닥터 융의 병원에 끌려온 정신병자 사비나 역이었다. 명석한 여인이었지만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학대로 인해 정신질환을 앓아야 했던 여인. 그녀는 말할 때마다 얼굴을 찡그리는 틱 증상을 보이곤 했는데 키이나 나이틀리가 그럴 때마다 연기파 배우가 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쉽기는 하지만 이제는 '러브 액츄일리'의 줄리엣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선언과도 같은 일이었다.

데인저러스 메소드(A Dangerous Method, 2011)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 영국,독일,캐나다,스위스 | 99분 | 개봉 2012.05.10 | 감독 : 데이빗 크로넨버그
주연 : 키이라 나이틀리(사비나 슈필라인), 비고 모텐슨(프로이트), 마이클 패스벤더(칼 융), 뱅상 카셀(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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