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을 같이 본 남녀의 해석이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 내가 사는 세상


남자는 여자에게 자신이 첫 남자이길 기대하고 여자는 남자에게 자신이 마지막 여자이길 바란다고 한다. 남자는 첫사랑에 집착하고 여자는 마지막 사랑에 승부한다는 말일게다. 한 침대에 누워서도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말, 그야말로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첫사랑을 대하는 남자와 여자의 자세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15년 만에 첫사랑을 만나게 된다면 아마도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지 않을까.

남자 : 첫사랑이 찾아왔다.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건만 살다 보니, 나이 들다 보니 한동안 기억 저편에 놓여있었다. 이름을 듣는 순간 누군지 기억해내지 못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겠지만 반대로 죽을 때까지 꺼내고 싶지 않았던 이름이었던 것이다.

여자 :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그 사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궁금하고 아직 나를 잊지 않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불처럼 뜨겁지도 않았고 열병처럼 아프지도 않았지만, 가슴 한켠을 차지하고 있었던 사람. 만나게 된다면 그때 나를 좋아하기는 했었느냐고 물어보고 싶다. 왜 헤어지게 된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지난 2012년 3월 22일 개봉한 후 300만 관객을 불러모은 영화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풋풋했던 대학 신입생 시절에 처음 만난 후 무려 15년 만에 다시 재회하게 된 두 남녀의 이야기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진다. 90년대 중반 대학을 다녔던 세대뿐만 아니라 남자라면 한 번쯤 옛사랑을 떠올리도록 만드는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한 해석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 엇갈리기 마련이다. 서두에 말했듯이 첫사랑을 대하는 남자와 여자의 자세 때문이기도 하고 '건축학개론'이라는 영화가 기본적으로 남자 입장에서 기억하는 첫사랑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같은 영화를 봤다고 해도 정서상으로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남자들은 대부분 승민의 감정에 공감하는 편이다. 좋아한다고 고백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았던 것은 그저 때가 되기를 기다릴 뿐이었고 서연의 감정을 살펴서 적당한 때를 찾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연은 잘생기고 돈 많은 킹카 선배를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와는 반대로 많은 여자들은 승민의 우유부단함에 답답해한다. 승민에 대한 서연의 감정이 호감 이상이었으니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당당히 고백했으면 서연도 승민에게 이끌렸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말하지 않고 우물쭈물하니 그녀 역시 기다리기만 할 뿐이라는 말이다. 게다가 여러 번 눈치까지 주지 않았던가.

하지만 남자들은 안다. 여자들이 은연중에 건넸다던 그 눈치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남자로서는 도저히 해석할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하다는 것을. 승민도 이 문제로 납득이게 상담까지 받아가면서 해석해보려 하지 않던가. 남녀끼리 손목 때리기를 하면 보통 이상의 관계라고 봐야 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말이다.

승민이 서연을 포기하도록 만들던 사건도 그렇다. 고백하기로 작정한 날, 건축과답게 서연이 이 다음에 살고 싶다던 집의 모형을 만들어서, 없는 용기를 끌어올리려 못 먹는 소주까지 마셔대며 추운 골목에서 기다렸건만 서연은 혼자 오지 않고 킹카 선배 차에 실려왔다. 그리고는 입맞출 뻔했고 같이 자취방으로 들어갔다. 승민에게는 날벼락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승민 더러 왜 그때 당당히 나서지 않았느냐며 나무란다. 물론 서연이 모두에게 인정받은 승민의 공식 애인이었다면 승민은 그렇게 했을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러나 둘 사이는 그렇지가 않은 게 현실이다. 아니 오히려 승민이 알기에는 서연의 마음은 킹카 선배에게 기울어 있었다. 그 상황에서 승민은 오히려 둘 사이의 걸림돌일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는 관객입장에서 본다면 서연은 승민에게 호감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승민이 고백하고 서연을 위기에서 구해주었다면 둘의 첫사랑은 결실을 맺었을런지도 모른다. 바로 여기에서 남자와 여자의 시각 차이가 시작되는데 왜 승민이 서연에게 꺼져달라고 하는지, 첫사랑이라면서 어쩜 그리고 까맣게 잊고 살았는지, 그리고 왜 서연을 쌍년이라고 생각하는지 남자는 이해하지만 여자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에서다. 어쩌면 남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첫사랑이므로 애당초 여자에게 남자의 감정을 이해해 달라는 그 자체가 무리일런지도 모르지만.

건축학개론(2012)
멜로/애정/로맨스 | 한국 | 118분 | 개봉 2012.03.22 | 감독 : 이용주
주연 : 엄태웅(현재 승민), 한가인(현재 서연), 이제훈(과거 승민), 수지(과거 서연)

덧글

  • 지수 2020/07/08 14:23 # 답글

    한국 영화는 아니지만 일본 영화 중에서도 남녀 반응이 확연히 달랐던 영화가 생각나네요. 남자는 첫사랑 못잊는 게 동서고금 막론하고 비슷하네요
  • ㅇㅇ 2020/07/08 18:13 # 삭제 답글

    여자들의 주된 반응은 빼먹으셨네요? 유연석이 술 취한 수지를 끌고 들어가는 걸 보고(이상태에서 ㅅㅅ하면 강간임 항거불능상태가 암묵적 동의가 아닌 건 당연히 아시겠죠) 가만히 있는 승민. 그 후 수지에게 꺼져줄래라며 썅년이라고 함 여자는 이걸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요?ㅋㅋㅋ여기까지 하겠습니다
  • 파파라치 2020/07/08 21:37 #

    영화에서 남주의 “쌍년” 발언은 남주의 치기와 미성숙함을 나타내는 장치일 뿐입니다. 그 영화를 보며 여주가 쌍년 소리를 들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남성 관객은 아마 없을것 같은데요? 어린 시절을 다룬 영화를 보면서 별것 아닌 일로 다투는 아이들에게 공감한다고 그 행동이 잘했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 ㅇㅇ 2020/07/08 22:19 # 삭제

    네 여자들은 미성숙한 남자한테서 쌍년 소리를 들어왔으니 그에 대한 반응이 곧 여자들의 건축학개론에 대한 반응과 비슷했지요.

    여자 :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그 사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궁금하고 아직 나를 잊지 않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불처럼 뜨겁지도 않았고 열병처럼 아프지도 않았지만, 가슴 한켠을 차지하고 있었던 사람. 만나게 된다면 그때 나를 좋아하기는 했었느냐고 물어보고 싶다. 왜 헤어지게 된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다<이렇게 쓰신게 웃겨서 댓글 썼습니다

    여자의 반응이 아니라 (남자가 생각한)여자의 반응이라고 적으셔야 할 듯
  • ㅇㅇ 2020/07/08 22:24 # 삭제

    참고로 쌍년은 이제훈이 아니라 엄태웅의 대사입니다. 혹시 남자는 나이를 먹어도 미성숙하다고 생각하시는지? 아차차ㅋㅋ일반화 하면 안 되겠네요 승민이 늙어서도 미성숙하고 치기어린 캐릭터였나봐요
  • 파파라치 2020/07/09 09:10 #

    제 기억이 맞다면 해당 대사는 남주의 입에서 직접 나온 얘기가 아니라 남주의 아내의 입을 통해서 나옵니다. 따라서 남주가 언제 그 얘기를 했는지는 아무도 모르죠.

    그리고 여자의 반응은 제가 적은게 아니니 저한테 뭐라하실 일이 아닌듯.
  • ㅇㅇ 2020/07/08 18:15 # 삭제 답글

    수지처럼 자기 혼자 북치고 장구치던 남자한테서 갑자기 썅년, 걸레소리 듣게 된 여자들이 많지요ㅋㅋ
  • ㅇㅇ 2020/07/08 18:20 # 삭제 답글

    남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첫사랑이므로 애당초 여자에게 남자의 감정을 이해해 달라는 그 자체가 무리일런지도 모르지만. 와 남자의 생각을 보여주는 명문이십니다 두고두고 박제해서 길이 남겨야겠어요
  • ㅋㅋ 2021/01/10 17:18 # 삭제

    비꼬는봐 진짜 ㅋㅋ 인터넷이 참 좋긴좋아 현실에선 찍소리도 못할거 이렇게 비꼬는 애들까지 받아줘야한다니.. 건개론에서 이제훈이 하나부터 열까지 답답한 새끼라면 수지는 하나부터 열까지 쌍년이 맞는데. 애초에 뭐? 혼자서북치고장구치던 남자한테 욕듣는 여자? 그런여자는 없어. 여지를 줬는데 그게 본인이 줬는지 안줬는지 스스로 자각을 못하는거겠지. 건개론 본 남자 10명중에 9.9명은 다 수지 욕하는데 대다수 남자는 다 치기어린건가? ㅎ 정성스레 쓴 리뷰글에 이딴 댓글 남기는거보니 인성하며 어떤 남자를 만나며 훤히 보이네용
  • 과객b 2020/07/08 21:09 # 삭제 답글

    같으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다고 보는
  • 개성있는 얼음여왕 2020/07/09 11:29 # 답글

    트렌드는 비혼.
    지구에서는 노 성관계.

    한국은 관계 중독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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