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죽이고 싶은' 남자들에게 복수하는 방법 내가 사는 세상


여기 '죽고 싶은' 한 남자가 있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그는 자신을 죽이기 위해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듯 보일 정도로 자살에 집착한다. 다량의 수면제를 한꺼번에 먹기도 하고 하반신이 마비된 상태로 절벽에서 타고 있던 휠체어의 제동장치를 풀기도 한다. 그때마다 기적적으로 살아나게 되지만 그는 또다시 자신을 죽음으로 내몰고야 만다. '죽이고 싶은'은 그렇게 '죽고 싶은' 남자, 즉 자신을 '죽이고 싶은'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영화다.

그런 그가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기에 이른다. 죽지 말고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긴 탓이다. 오랫동안 거부했던 물리치료를 받아서 기력을 찾고자 하는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그가 죽음을 포기하고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것은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어느 날 자신의 옆 침대로 새롭게 들어온 환자의 손을 보고 나서였다. 옆 침대 환자의 왼손 손가락 마디마다 새겨진 알파벳 L.O.V.E라는 글자가 보였던 것이다.

그는 그 손가락의 주인을 한시도 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을 죽이고자 했던 이유와 똑같은 이유로 그를 죽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운명과도 같은 만남이었고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도 할 수 있었다. 옆 침대의 환자는 큰 사고의 후유증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려있었지만 아무려나 상관없었다. 상대의 기억과는 상관없이 그를 죽이기만 하면 된다. 그동안 자살에 실패하고 살아왔던 보람이 있는 듯 보이기도 했다.

영화 '죽이고 싶은(Desire to Kill, 2010)'은 서로 죽이고 싶어 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김민호(천호진)가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붓지만 기억을 되찾은 박상업(유해진)의 반격이 시작되면서 영화는 일진일퇴를 거듭한다. 그러다 두 남자는 서로가 알고 있었던 기억과는 전혀 다른 기억들 때문에 일대 혼란에 빠져든다. 서로가 원수로 지내야 했던 이유도 각자의 기억이 달랐다.

영화는 '극락도 살인사건(Paradise Murdered, 2007)'처럼 실험 약물의 부작용으로 망가져가는 두 남자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죽이고 싶은'이라는 이 영화의 제목 또한 실험실에 갇힌 생쥐처럼 서로 치고받는 두 남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영화가 종반에 접어들면서 충격적인 사실들이 하나씩 밝혀지기 시작한다. 죽이고 싶어 하던 두 남자의 관계와 두 남자를 보살펴주는 천사같이 고운 하 간호사(서효림)의 정체 그리고 그들을 치료하고 있는 전문의 백선생에 이르기까지 실타래처럼 엉켜가기만 한다.

김민호가 죽으려고 했던 이유는 아내 수진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그리고 박상업을 죽이고자 하는 이유도 자신의 아내가 상업으로 인해 죽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억을 되찾은 상업의 생각은 달랐다. 수진은 민호의 아내가 아니라 자신의 아내였을 뿐만 아니라 수진을 죽인 것도 상호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치 음모에 휩쌓인 듯 누구의 기억도 정확하지 않다. 후반으로 갈수록 의문이 풀리기는커녕 더욱 꼬여만 간다.

대부분의 스릴러들이 그렇듯이 이 영화 또한 맘편히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주 무대인 병원은 음산하기 그지없고 두 명의 배우들의 연기력에 전적으로 의지하다 보니 흡사 사이코드라마나 모노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 지루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다만 유해진을 죽이고자 하는 천호진의 눈물겨운 노력이 의외로 재미있기는 하다.

또한 마지막에서야 밝혀지게 되는 '죽이고 싶은' 이유도 다소 충격적(?)이므로 앞부분만 보고 꺼버렸었다면 기회가 될 때 한 번은 인내를 가지고 끝까지 지켜보기를 권한다. 물론 노약자나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일찍 꺼버리는 게 좋다. 

죽이고 싶은(Desire To Kill, 2010)
스릴러 | 한국 | 92분 | 개봉 2010.08.26 | 감독 : 조원희, 김상화
출연 : 천호진(김민호), 유해진(박상업), 서효림(하간호사), 이정헌(최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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