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의 제작기간과 140억 원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국내 최초 3D 아이맥스 영화. 하지원, 안성기, 오지호 등의 주연배우를 비롯해서 이한위, 박철민, 송새벽 등 조연배우에 이르기까지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고 있는 영화. 2011년 8월 4일(목요일) 개봉한 영화 '7광구'를 수식하는 내용들이다. 개봉하자마자 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던 이 영화는 그 이후 심한 악플에 시달리고 했었다. 도대체 '7광구'의 정체가 무엇이길래 관객들의 반응이 이지경일까.
일명 영화 알바들의 활약이 판을 친다는 네이버 영화 평점을 보면 '7광구'의 평점은 3.46점이다.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와 '라스터 갓파더'의 평점이 각각 7.66점과 6.36점이라는 것과 비교해 보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비단 네이버뿐만이 아니다. 다음영화에서도 3.9점에 불과하고 그보다 높기는 하지만 네이트영화의 평점도 5.4점 정도다.
일반적으로 포탈에서의 평점은 영화를 보지 않고도 평가하는 사람들 때문에 왜곡될 수 있다고 본다면 상영관의 평점을 살펴보자. 롯데시네마의 경우 가장 높은 5.9점이었지만 씨너스는 3.9점에 머물러 있고 이 영화의 배급을 맡고 있는 CGV에서도 4.5점 정도였다. 또한 네이버 영화 패널 평점도 5.39점 정도였고 씨네21 전문가 평점도 4.36에 머물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10점 만점에서 대충 3~4점대 정도 영화라고 보면 되겠다.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이런 평점의 영화는 처음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의 분노다. 5년이라는 오랜 제작기간, 140억이라는 거대한 제작비 그리고 초호화 캐스팅에 이르기까지 뭐 하나 부족할 것 없이 다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엉성하기 그지없기에 허탈함을 넘어 분노의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정은 비교적 후한 점수를 주기 마련인 공짜 관객(또는 시사회 관객)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마디로 열에 아홉은 게거품을 물고 있는 정도다.
제주도 남단의 7광구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석유 시추선을 말한다. 40대 이상의 세대라면 "제7광구 검은 진주"라는 후렴구가 인상적이었던 가수 정난이가 부른 '제7광구'라는 노래를 기억할 것이다. 우리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면서 희망에 부풀었던 시절에 만들어진 노래로 당시에는 우리도 정말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석유를 생산해낼 수 있는 줄로만 알았다가 서서히 기억에서 잊혀간 곳. 영화 '7광구'는 바로 그곳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7광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을 뿐 아무런 스토리도 담지 못한 채 그저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배역에 대한 설명도 없을뿐더러 왜 그들이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고 있는지 왜 하지원은 줄곧 적대적인 감정으로 시추선 선장을 무능력하다고 비난하는지, 그런 하지원에게 선장은 왜 아무 말도 못하는지 설명하지 않은 채 그저 그런 설정의 영화이니 입다물고 보라고만 한다.
좋다. 어차피 그동안 엉성한 스토리의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영화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해운대' 같은 허접한 영화도 천만 관객을 불러 모은 마당에 그런 게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짜집기 해온듯한 구성과 전개는 정말이지 할말을 잃게 만든다. 영화를 보는 내내 '에일리언'이나 '딥 라이징', '어비스', '레비아탄' 등의 영화를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비슷한 시기에 KBS2 TV에서 방영한 BBC의 2부작 드라마 '심해원정대 오르페우스호'와도 거의 비슷하다. 이 영화 저 영화에서 짜집기 하느라고 5년의 제작기간과 140억의 제작비를 들인 것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해서라도 얘기가 되고 재미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스토리는 진부하고 재미도 없는 영화가 되어버렸으니 나오는 건 그냥 욕뿐이다. 하지원, 안성기, 오지호라는 배우들의 이름이 안타깝게 느껴졌음은 물론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열 손가락 안에 드는 9명뿐이다. 많지도 않은 출연진들이지만 그 인물들도 한데 어우러지지 못하고 겉돌기만 한다. '시크릿 가든'으로 한껏 주가를 올린 하지원의 매력을 살리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명품조연 이한위와 박철민, 송새벽의 등장은 차라리 시트콤에 가깝다. 또한 안성기는 괴물과 싸우면서 혼자서 '노인과 바다'를 찍고 있는 듯 오버액션의 연속이다. 그저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2007년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가 개봉되었을 때 전직 코미디언이 연출한 영화라는 이유로 평가절하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7광구'에 비하면 '디워'는 명작으로 재평가 받아야 마땅하다. 스토리나 편집, 연출에 있어서 '7광구'가 '디워'보다 나은 점을 단 하나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무려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불량품이라며 심형래 영화에 게거품을 물었던 진중권은 이 영화에 대해서 뭐라고 했던가.
7광구 (SECTOR 7, 2011)
SF, 액션, 모험 | 한국 | 112분 | 개봉 2011.08.04 | 감독 : 김지훈
주연 : 하지원, 안성기, 오지호, 이한위, 박철민, 송새벽, 차예련, 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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