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재간둥이 장진은 왜 몰락하게 됐을까? 내가 사는 세상


프로야구와 지역감정을 소재로 삼았던 '위험한 상견례'와 80년대 칠공주파의 활약을 그렸던 '써니'는 추억을 소비하는 대표적인 영화다.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미쳐 돌아보지 못했던 지난날들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이 담긴 영화인 것이다. 2011년 7월 개봉했던 '써니'는 한달만에 48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그해 가장 흥행에 성공한 한국영화가 되었고 3월의 마지막날 개봉한 '위험한 상견례' 또한 250만 관객을 불러모으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그와 달리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간 영화도 있다. 장진 감독의 영화 '로밴틱 헤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11년 3월 24일에 개봉했던 이 영화의 관객수는 7만3천여명(73,891명) 뿐이다. 신인 감독도 아니고 독립영화도 아닌 충무로에서 대표적인 재간동이로 통하는 장진 감독의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는 성적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왜 그의 영화는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

장진 감독의 이력은 코미디 작가에서부터 시작된다. 1994년부터 2년동안 SBS 최양락-이봉원의 '좋은 친구들'을 통해서 가장 눈에 띄는 개그작가로 인정받던 몸이었다. 매주 일요일 오전에 방송되던 '좋은 친구들'은 사각 시간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었고 그곳에서 장진은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펼쳐보였다. 당시 그는 헐리우드 영화를 패러디한 코너로 인기를 얻었는데 아마도 영화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개그작가에 머무르지 않고 과감히 또 다른 변신에 도전했다. 서울예전 연극과 출신답게 199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천호동 구사거리'가 당선되면서 방송계를 떠나 대학로로 옮겨간 것이다. 그 후 '허탕'과 '택시 드리벌' 등의 작품을 통해서 기획력과 완성도가 돋보이는 그러면서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방송가에 이어 대학로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그곳에 안주하지 않았다. 영화 '개같은 날의 오후'(1995)의 각색에 참여하면서 영화와 인연을 맺더니 단편 '영웅들의 수다'로 시동을 걸고 1998년 '기막힌 사내들'을 통해서 충무로에 정식으로 데뷔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간첩 리철진'(1999)과 '킬러들의 수다'(2001) 등이 잇따라 호평을 받으면서 대중성과 상품성을 모두 갖춘 그야말로 충무로의 재간둥이로 인정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전성기는 딱 거기까지였다. 이후 그가 연출했던 영화들은 200만 수준에 머무르면서 더 이상 상품성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2005년 '박수칠 때 떠나라'가 211만이었고 2009년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그마나 조금 더 올라 258만이었지만 2010년 개봉했던 '퀴즈왕'은 57만으로 뚝 떨어졌고 급기야 2011년 개봉한 '로맨틱 헤븐'은 10만도 안되는 단 7만에 그치고 말았다. 몰락도 이런 몰락이 없을 정도다.

MBC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던 장진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영화에는 관객이 들지 않고 자신이 각본을 쓴 영화에만 관객이 든다며 고민을 내비친 적이 있었다. 실제로 그의 대표작으로 기억되는 '웰컴투 동막골'(2005)의 경우 653만의 관객이 들었고 '강철중: 공공의 적 1-1'(2008)은 433만의 성적을 올렸다. 이 두 영화 모두 장진 감독이 아닌 '묻지마 패밀리'(2002)의 박광현 감독과 '실미도'(2003)의 강우석 감독의 연출 작품이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장진 감독은 충무로의 재간동이였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었다. 그렇지만 최근에 발표한 그의 영화에서는 도저히 그런 면모를 찾아볼 수 없을만큼 진부하고 극적인 재미도 없다. 그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위트넘치는 개그코드와 스토리텔링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늘 비슷한 내용에 비슷한 패턴으로 전개되다 보니 새롭지도 않고 신선하지도 않다. 어느덧 그의 영화는 유통기간이 지난듯 여겨질 정도다.

2011년은 유독 독립영화의 선전이 눈에 띄던 해였다.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이 2만여의 관객을 불러모았고 박정범 감독의 '무산일기'도 1만을 넘어섰다. 그에 비해 독립영화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고 이태석 신부의 생전 모습을 담은 '울지마 톤즈'가 44만을 돌파했고 강풀 원작의 '그대를 사랑합니다'도 160만을 뛰어넘었다. 장진 감독은 이러한 저예산 영화만도 못한 성적을 남긴 자신의 영화의 문제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따져보아야만할 것이다.

덧글

  • 역사관심 2020/06/12 12:29 # 답글

    사실 이름값(감독으로써)에 비해 대박을 친 작품은 전무하고, 전성기조차 그의 유머코드도 호불호가 극명했기에 개인적으로는 그렇게까지 기대했던 감독님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재기하면 좋겠네요.
  • Robin 2020/06/28 11:52 #

    개인적으로 장진감독은 차라리 개그작가 시절이 더 재기발랄했었다고 생각합니다.
  • 지나가던 2020/06/14 22:45 # 삭제 답글

    왜 몰락하게 된건지 궁금해서 들어와봤는데 정작 그 내용은 없군요

    이 무슨 낚시제목 ㅠㅠ
  • Robin 2020/06/28 11:53 #

    저도 그게 궁금한 부분인데 낚시라고 생각하신다면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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