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듯하다. 걸그룹 및 아이돌 그룹의 광풍이 불고 간 자리에 새롭게 불어닥친 게 뜻밖에도 복고풍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2010년 가을 추석 즈음에 전파를 탔던 MBC '놀러와'에서 '세시봉 친구들'편이 그 시작이 아닐까 싶다. 그 이후 트윈폴리오를 비롯해서 그 시절의 노래와 영화, 드라마, 소설, 개그들이 재조명 받고 있다. 바야흐로 추억의 전성시대인 듯 느껴지기도 한다. 심지어 개그콘서트에 '그땐 그랬지'라는 코너가 생기기도 했다.
영화 '위험한 상견례'는 80년대 중반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영호남간의 지역감정이라는 소재 속에 로미오와 쥴리엣의 이야기를 버무렸고 양념처럼 추억 속의 이야기들을 등장시킨 것이다. 나이트에서 노래 부르는 박남정이 그렇고 껌 한 통에도 프로야구 연고지와 연결 짓는 사연도 그랬으며 무엇보다 그 시절의 노래들로 추억을 회상하게 만들었던 영화였다. 아기자기한 재미도 있었지만 그 시절을 떠올려 볼 수 있게끔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2011년 3월 31일 개봉했던 '위험한 상견례'가 200만 관객을 돌파한 가운데 한 달 여만에 또 하나의 추억 이야기가 등장했다. 여고생 칠공주파의 활약(?)을 담고 있는 영화 '써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써니'는 '위험한 상견례'와 달리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80년대 중반 여고시절을 보냈던 써니 멤버들이 25년 만인 2011년에 다시 만나게 되면서 발칙한 추억 찾기 여행을 떠나는 셈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 등장인물들은 40대와 10대로 나뉜다. 유호정, 진희경, 고수희, 홍진희, 이연경, 김선경 등이 2011년 아줌마들로 등장하고 심은경, 강소라, 김민영, 박진주, 남보라, 김보미, 민효린 등이 80년대 여고생으로 나온다. 하지만 "찬란하게 빛나는 학창시절을 함께한 칠공주 '써니'가 25년 만에 다시 모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되찾는 유쾌한 감동을 그린 이야기"라는 영화 소개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의 포커스는 현재가 아니라 과거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 영화에서 볼만한 내용들은 주로 그 시절이다. 교복이 자율화되면서 가방이나 신발 브랜드에 집착하게 되던 시절, DJ가 음악 신청을 받던 커피숍과 음악감상실에 대한 아련한 추억, 밤마다 라디오 앞으로 모이게 만들었던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그리고 뒷골목에서 껌이나 면도날 씹던 불량배들에게 삥 뜯기던 악몽과도 같은 기억들이 바로 그렇다. 더불어서 좋아하던 오빠나 누나를 친한 친구에게 빼앗겼던 가슴 아픈 이야기도 추가될 수 있겠다.
하지만 그 시절을 가장 뜨겁게 느끼게 해주는 것은 아무래도 음악이다. 칠공주가 자신들의 그룹 이름을 '써니'라고 짓게 되는 것도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 쇼'에 사연을 보내 종환오빠의 의견을 물은 결과였는데 이종환은 '보니엠(Boney M)'의 노래 '써니(Sunny)'를 틀어주면서 '써니라는 이름을 제시한다. 여고생들로 하여금 반짝반짝 빛나는 찬란한 학창시절을 보내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또한 80년대 중반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조이(Joy)'의 노래 'Touch by Touch'가 신나게 울려 퍼지기도 한다. 그 시절을 살았던 40대나 그 시절을 모르는 그 아래 세대 모두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 만큼 흥겨운 멜로디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 장면이 묘하다. 이 노래가 전경과 시위대의 육탄전을 배경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사이에서 칠공주 '써니'파가 다른 학교 불량배들과 맞짱을 뜨기도 한다.
영화 '써니'는 자신들의 이름을 잊고 누구의 부인이나 누구의 엄마로만 불려오던 여자들에게 잠시나마 해방감을 맛보게 해줄 것이다. 더불어서 오래도록 연락을 끊고 지냈던 친구들도 떠올릴 수 있고 나아가서 이참에 모임을 만들어 볼 수도 있겠다. 여고 동창끼리 모여서 이 영화를 본다면 저마다 울컥하는 그 무엇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그때가 좋았었지"라며 추억을 회상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 영화 너무 막 나간 감이 없지 않다. 주인공들은 순수한 여고생들이 아니라 날라리 칠공주파이고 싸움에 담배에 술까지 먹는다. 아무리 25년 전이라지만 그때 그럴 수 있었던 여고생들은 극히 일부였을 테니 영화에 공감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머리가 깨지고 심지어는 목숨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시위 현장을 댄스곡으로 희화화 시켰다는 점도 불만이다. 그 시절을 모른다면 한바탕 웃고 지나갈 수 있겠지만 그 시절을 아는 사람이라면 결코 시원한 웃음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강형철 감독은 2008년 차태연 주연의 '과속스캔들'로 800만 관객에 육박(7,995,166명) 하는 대박을 터트린 바 있다. 그래서인지 두 번째 영화 '써니'에도 시종일관 코믹 코드를 가득 심어놓았다. '위험한 상견례'처럼 아무 생각 없이 보면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이래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웃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써니(Sunny, 2011)
코미디, 드라마 | 한국 | 124 분 | 개봉 2011.05.04 | 감독 : 강형철
주연 : 유호정(나미), 진희경(춘화), 고수희(장미), 홍진희(진희), 이연경(금옥), 김선경(복희), 심은경(나미), 강소라(춘화), 김민영(장미), 박진주(진희), 남보라(금옥), 김보미(복희), 민효린(수지)




덧글
군대니 단체로 보자면 잠깐 잠깐 반강제로 보거나 예고편이니 시간 때우기로 지나가도 보지만
이건 뭐냐 상점 털고 난동피는 지금 미국 폭도를 나중에 영화에서 미화하는 수준 그겁니다.
내가 20년전에 강도하고 강간하고 납치했어 자랑하는거죠
미국으로 하면 마약 제조 판매 밀수 했다고 평범한 아줌마들이 수다떠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