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이 반항하는 아이를 이해하고 싶다면, 중2병의 비밀 내가 사는 세상


정확하게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아이는 달라져 있었다. 밝고 활달한 아이였는데 입을 다물고 도통 대꾸하지 않으려든다. 표현을 하지 않으니 그 속을 모르겠고, 그 속을 모르니 답답하기만 하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원래 그런 애였으면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으니 더 안타깝기도 하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예전에는 그런 시기를 '사춘기(思春期, period of puberty)'라는 말로 표현했었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신체의 성장에 따라 성적 기능이 활발해지고, 2차 성징(性徵)이 나타나며 생식기능이 완성되기 시작하는 시기"라고 한다. 제임스 딘(James Dean)이라는 배우로 대표되는 '이유없는 반항(Rebel without a Cause)'이 사춘기를 대표하는 증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사춘기'보다는 '중2병'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청소년기의 단순한 방황을 의미하는 '사춘기'라는 말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리라. '중2병'(ちゅうにびょう, 추니뵤)은 중학교 2학년 나이 또래의 사춘기 청소년들이 흔히 겪게 되는 심리적 상태를 빗댄 인터넷 속어이지만 일본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인 진행자인 이주인 히카루가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사실 중2병이라는 표현은 중요하지 않다. 어쩌면 중2병이라는 말이 상황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중2병이란 중2들이 겪는 증상이라고 생각되서 중3만되면 나아진다는 근거없는 희망을 갖게 만드는 탓이다. 저절로 나아진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중2가 되면 반드시 거치는 과정쯤으로 생각해서 방치하는 경우도 많은게 사실이다. 보다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 중2병이란 말은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초등4~중3 학부모와 교사를 위한 요즘 사춘기 설명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중2병의 비밀'의 저자 김현수 선생은 자녀가 중학생이 된다는 것은 이별을 시작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아이들에게는 아동기의 공상과 아기처럼 응석 부리던 부모와의 관계, 그리고 이제 누구도 천진난만하다는 이유로 자신을 예뻐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는 부모도 마찬가지다. 자녀를 아이라고 생각해서 끼고돌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부모가 볼 때는 아직 어리고 미숙해 보여도 스스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너무 빨리 변해서 부모와 자식 간에도 다른 시대의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것과 같으니서로 다 안다고 생각하지 말고 잘 모르는 손님처럼 대하라는 말이 의심심장하게 들린다.

명지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중2병을 외로움으로 진단한다. 난데없는 허세 뒤에는 외로움이 가져온 공포가 있다는 말이었다. 외동, 두동이로서의 가족적 외로움, 여행도 모험도 불가능한 추억 없음의 내적 외로움, 친구 아니면 적이라는 학교 교실 속에서의 외로움, 도움이 필요할 때 찾을 어른이 없는 외로움 등이 그것이다. 외루움은 무기력해지기도 하고 난폭해지기도 하며 또 포기하기도 하고 드물게는 생명줄을 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중2병이라 불리는 사회현상은 외로움을 다룰 수 있도록 아이들의 힘을 길러주고, 아이들에게 격려와 힘이 되어주는 사회를 만들고, 또 함께하는 어른들이 늘어나고 성숙해져야 할 필요성을 전하는 사회적 메시지라고 주장한다. 실수가 있어도 관대하게 용납해주고 그 실수로부터 배움을 이끌어내는 것을 가르치면서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도록 도와주라고도 한다.

이 책은 7주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꺼번에 해치우는 숙제처럼이 아니라 하나씩 차근차근 과정을 밟으라는 의미일 것이다. 말미에 저자는 자녀가 중학생이 된다는 것은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몸이 커진 만큼 마음도 커지고 세상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디디며 꿈을 가진 청년이 되기 위해 계곡을 오르고 서서히 독립해가는 내 자녀를 만나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부모의 기준과 관점이 아니라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보라는 말이리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솔직히 나도 아이가 중2만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다시 활기차고 발랄한 모습으로 돌아오리라 여겼었다. 그러나 중3이 되고 고1이 되었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저자가 서두에서 말한 이별과 말미에서 말한 새로운 만남이 그런 것이 아니겠나 싶다. 내가 직시해야할 것은 아이의 현재 모습이지 과거의 모습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를 사는 부모들이 한 번쯤은 꼭 읽어두어야 할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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