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강도 박중훈과 찌질이 이선균의 한심한 만남, 체포왕 내가 사는 세상


이 영화 제목부터 참 묘하다. '체포왕'이라니. 아무리 나쁜 놈 잡는 게 목적이라고 해도 '체포왕'이라는 유치한 타이틀을 제목으로 내건 걸 보면 아무래도 코믹을 전면에 내세우고 싶었던듯하다. 그렇지 않다면 보다 심오하고 보다 멋들어진 제목을 붙이지 않았을까. '범죄의 재구성' 정도는 아니더래도 두 형사의 경쟁에 초점을 맞춰서 '페어플레이'나 범인 검거를 보다 더 부각시켜서 '내 손으로 잡는다' 정도면 어땠을까 싶다.

하지만 이 영화의 제목은 '체포왕'이다. 사전에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라면 당연히 코미디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제목이다. 게다가 출연 배우도 박중훈과 이선균이 아니던가. 코믹 연기라면 30대는 차태현, 40대는 박중훈이라는 충무로 공식이 완성된지는 이미 오래다. 제목도 그렇고 출연진도 그렇고 아무래도 진지한 영화로 봐주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시작은 예상과 달랐다. 비교적 전개도 빨랐고 스토리도 괜찮았다. 허술할 것만 같았던 제목과 달리 치밀한 상황 전개가 눈에 띄기도 했다. 이대로라면 모처럼 괜찮은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까지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초반에 너무 달린 탓인지 그 이후부터는 힘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끝까지 회복하지 못 했다. 그저 제목처럼 코미디로 일관할 뿐이었다.

그렇다고 웃기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그것도 아니었다. 간간이 웃긴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영화를 이끌어갈 정도로 재미있는 수준은 아니었고 그저 억지로 억지로 끌고 가는 수준에 불과할 뿐이었다. 게다가 중반부터 갑자기 수사물로 방향을 바꾼다. 일명 발바리라고 불리는 연쇄 강간 폭행범을 검거하기 위해 두 형사가 의기투합하면서부터다. 그러면서 영화는 그나마의 웃음도 잊게 만든다.

영화 '체포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코미디라는 장르와 다르게 웃기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스토리가 전반적으로 허술하고 엉성하기 때문이다. 이는 강한 임팩트를 남겨주었던 초반과 비교하면 더더욱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특히 뒤로 갈수록 신파로 변하면서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 정도였다. 치밀했던 초반과 허술한 그 이후 중에서 도대체 이 영화의 본모습은 무엇이란 말인가.

요즘 한국영화의 문제 가운데 하나는 배우나 특수효과에 투자는 해도 시나리오에는 거의 투자하지 않는다는 점일 게다. 그러다 보니 완성도 높은 작품을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이 영화의 연출과 함께 각본을 맡은 임찬익 감독도 다르지 않다. 그는 문소리 주연의 2005년작 '사랑해, 말순씨'에서 조감독을 맡은 후 이 영화가 장편영화 감독 데뷔작이면서 각본도 처음이었다.

물론 첫 작품이라고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감독이 각본까지 맡았다고 비난하는 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의 하나인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각본 역시 이명세 감독이 맡았고 이창동 감독이나 봉준호 감독들도 빼어난 각본 실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영화가 초반의 수준을 종반까지 유지했더라면 연출보다 각본에 더 많은 점수를 받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어쩔 수가 없다. 전문가의 손길을 빌려 완성도를 높였으면 하는 생각에서다.

두 형사라는 구도는 '투캅스'를 연상시키지만 사실 이 영화는 '투캅스'보다는 '공공의 적'에 가깝다. 하지만 투캅스 보다 재미는 없고 '공공의 적' 보다 긴장감도 없다. MBC 드라마 '파스타'에서 버럭 쉐프 역을 맡으면서 버럭쟁이로 캐릭터가 굳어진 이선균은 이 영화에서도 소리만 지를 뿐이고 그에 비해 '해운대'에서 발연기로 논란이 있었던 박중훈은 모처럼 형사역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중반 이후 캐릭터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다소 당황스럽기만 하다.

체포왕(Officer of the Year, 2011)
코미디 | 한국 | 117분 | 2011.05.04 개봉 | 감독 : 임찬익
출연 : 박중훈(황재성), 이선균(정의찬), 이성민(조형사), 김정태(송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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