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정사장면 때문에 민망했던 모정, 마더 앤 차일드 내가 사는 세상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위대하다고 한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환경에서도 초인급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일 게다. 새끼를 지키기 위해서 맹수와 맞서기도 하고 천적의 위협 앞에서도 결코 피하지 않는다. 그런 자식을 사랑하는 본능을 '모성(母性)'이라고 부른다. 단순히 자식을 대하는 엄마의 본능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모성은 그 보다 더 높은 수준의 거룩한 경지를 의미한다.

아네트 베닝 주연의 '마더 앤 차일드(Mother And Child)'는 그런 모성을 주제로 하는 영화다. 하지만 그녀의 모성은 불완전한 모성에 그치고 만다. 어디를 가나 딸아이를 찾고 "내가 빗소리를 듣던 그날 밤, 너도 그 빗소리를 들었니?"라며 대화를 시도해 보지면 혼자만의 독백에 머무르는 까닭에서다. 14살에 딸을 낳았던 카렌은 미혼모로서 출산과 동시에 입양 보내야 했기에 모성을 발휘할만한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이 영화에는 모두 세 명의 엄마가 등장한다. 아네트 베닝이 맡았던 카렌은 앞에서 말했듯이 14살에 아이를 낳고 입양 보낸 아픔이 있는 엄마이고 케리 워싱톤이 맡은 루시는 아이를 낳지 못해 카렌과 달리 입양을 기다리는 입장의 엄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전반을 이끌어 가는 나오미 왓츠가 맡은 엘리자베스는 태어나자마자 입양 보내졌던 딸인 동시에 자신의 아이도 입양을 보내야 하는 기구한 엄마이기도 하다.

이처럼 '마더 앤 차일드'는 슬픈 내용의 영화이다. 갓난 아이를 떠나보내야 했던 카렌의 심정과 친부모도 모른 채 철저히 혼자로 살아가는 엘리자베스, 그리고 아이를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루시 등의 사연들은 눈물이 없으면 볼 수 없는 신파극에 가깝다. 피임을 했음에도 의도하지 않았던 아이를 가지게 된 엘리자베스가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선택하면서 점차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할 때는 가슴이 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불편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정사 장면이 많기 때문이다. 변호사인 엘리자베스의 경우 새로 들어간 로펌에서 아버지뻘의 사장(사뮤엘 잭슨)과 잠자리를 같이 하고 정부로 지낸다. 비록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홀아비이기는 해도 젊고 예쁘고 총명한 변호사로서의 처신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게다가 옆집 남편을 유혹하는 부정을 저지르기도 한다.

첫아이를 입양 보낸 후 평생 독신으로 살고 있는 괴팍한 여인 카렌도 첫사랑으로 보이는 남자와 관계를 갖는다. 설명은 없었지만 아마도 그가 엘리자베스의 아빠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카렌은 그 남자와 관계를 가지며 죄책감으로 가득했던 자신의 과거와 이별하는 의식을 치른듯하다. 그렇지만 아내와 자식이 있는 상대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리 유쾌한 장면으로 봐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에 비해서 루시는 비교적 건전하다. 입양으로 자신의 아이가 아닌 남의 아이를 데려다 키울 생각이지만 결코 누가 누구를 도와준다고 생각하지 않고 서로 돕는 거라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남편과 의견 충돌이 생길 때에도 단호하게 자신의 주장을 밝힌다. 그러나 이 부부의 정사 장면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다. 그저 팬 서비스라고 이해해야 할까? 모정과 입양이 주제인 영화에서 진한 섹스 장면을 팬 서비스로 삽입했다?

물론 엘리자베스를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다. 버려졌다는 충격으로 자신의 몸을 마구 굴렸을 수도 있다. 그렇게 사는 게 버려진 자신에게 가하는 형벌이고 누군지는 모르지만 자신을 버린 부모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농도 짙은 정사 장면이 꼭 필요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 30분을 제외하고는 여느 3류 영화와 다를 게 없어 보였던 이유에서다.

그래도 마지막 30분은 찡한 여운을 남긴다. 카렌과 엘리자베스의 엇갈린 운명이 안타깝게 느껴지기 때문일 게다. 그러면서 이 영화가 비교적 좋은 평점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1시간 30분의 앞부분이 아니라 단 30분 정도의 뒷부분의 힘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마더 앤 차일드(Mother And Child, 2009)
드라마 | 미국, 스페인 | 125 분 | 개봉 2011.04.28 | 감독 : 로드리고 가르시아
출연 : 나오미 왓츠(엘리자베스), 아네트 베닝(카렌), 케리 워싱톤(루시), 사무엘 잭슨(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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