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치유하는 약은 오직 섹스뿐인가? 러브&드럭스 내가 사는 세상


사랑에 빠지면 약도 없다고 한다. 그 어떤 약으로도 치유할 수 없는 불치병이라는 말이다. 사랑이 시작되면 눈 뜬 장님이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러브앤드럭스(Love And Other Drugs)'라는 제목은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올겨울, 모든 연인들에게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라는 포스터 문구처럼 사랑으로 열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치료해줄 영화로 보이는 이유에서다.

시작은 괜찮았다. 우리나라로 치면 '하이마트'와 같은 양판점에서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제이미는 능숙한 말솜씨로 제품도 판매하고 더불어서 예쁜 고객들의 전화번호도 따낸다. 꿩 먹고 알먹고, 도랑치고 가재 잡으며, 님도 보고 뽕도 따니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매니저의 여자와 바람피우다 들킨 탓에 쫓겨나는 모습에서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는지 기대까지 하게 만든다.

하지만 직장을 잃은 제이미가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뭔가 구린내가 나기 시작한다. 그 제약업체의 이름이 다름 아닌 '화이자(pfizer)'였기 때문이다. 맞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화이자가 바로 제이미의 새로운 직장이었다. 가상의 이름도 아니고 이름 모를 제약업체도 아닌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Viagra)'로 유명한 다국적 제약업체 '화이자' 말이다.

얼핏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는 문제지만 이 부분에서 구린내를 느끼지 시작했던 것은 제약업체 이름을 이토록 직접적으로 들이댈 정도니 앞으로는 또 얼마나 들이댈까 싶은 생각에서였다. 그러한 우려대로 항우울제 '졸로푸트'를 입에 달고 다니며 '비아그라'가 출시된 후에는 신비의 명약으로 표현하기까지 한다. 심지어 제이미의 동생 조쉬는 'Viagra'라는 글자가 가슴팍에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기도 한다. 한마디로 '화이자' 홍보 영화인 셈이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심심치 않게 눈요기 거리를 제공하는데 남녀 주인공들을 수시로 벗어제끼도록 만든다. 국내 최초 이모션 3D로 개봉했던 성인영화 '나탈리'가 야하다고 한들 이 영화만큼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탈리' 보다 더 많이 벗고 더 많은 분량을 그 부분에 할애하고 있다. 오죽하면 관람평 중에 "너무 벗어젖혀서 몰입이 안 된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대단한 러브스토리를 기대했다면 대략 난감한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이 영화의 남녀 주인공을 맡은 제이크 질렌할과 앤 헤서웨이는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었다. 남자 주인공 제이크 질렌할은 2004년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 2004)'를 통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으며 여자주인공은 2006년작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 2006)'를 통해서 스타덤에 올랐던 인물들이다. 최소한 어느 정도의 수준을 기대하게끔 만드는 배우들인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스토리는 진부했고 내용도 별 볼 일 없었다.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생략된 채 서로의 육체만 탐할 뿐이었다. 전자제품 판매사원이었던 제이미가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성공하는 과정에도 별다른 개연성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도 초기에는 말발로 간호사들을 꼬셔서 자기 여자로 만드는 방법을 썼고 그 후에는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 샘플을 뿌려댄 결과였다. 그 당시에 비아그라를 가지고도 성공하지 못한 영업사원이 있었으려나.

게다가 파킨스병이라는 불치병에 걸린 여주인공이라는 설정도 실망스럽기만 하다. 그저 여기저기서 짜집기해온 사랑 이야기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탓에서다. 혹자는 "사랑이 제일의 약"이라고 해석하던데 이는 꿈보다 해몽일 뿐 처음부터 끝가지 섹스로만 일관하는 제약회사 홍보영화를 돈 내고 보아야 한다는 게 보다 현실인 해석일 것이다. 그러니 극장에 가지 말고 나중에 케이블에서 해줄 때 보시길 권한다. 다만 그때는 배드신이 상당히 잘려나갈 것으로 예상되므로 섹스 없는 제약회사 홍보영화라고 해야 할는지도 모르겠다.

러브 & 드럭스(Love And Other Drugs, 2010)
코미디, 멜로/애정/로맨스 | 미국 | 112 분 | 개봉 2011.01.13
감독 : 에드워드 즈윅 | 주연 : 제이크 질렌할(제이미 랜달), 앤 해서웨이(매기 머독)

덧글

  • 휴메 2020/05/22 20:48 # 답글

    서구권에선 LOVE의 개념 자체가 SEX를 하고싶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단걸 들은적이 있네요..
    반면 우리 선조들의 사랑 개념은 그를 생각한다라는 개념에 맞춰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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