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하지 않은 김혜수의 재발견, 이층의 악당 내가 사는 세상


한때 한국영화를 주름잡던 한석규와 글래머 여배우를 대표하는 김혜수가 만났다. 영화 '이층의 악당'을 통해서다. 이미 1995년 영화 '닥터 봉'을 통해서 호흡을 맞춘 바 있었던 두 사람은 예전에야 특급배우로 대접받던 거물들이었지만 현재는 쟁쟁한 배우들에게 밀려나 있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도는 낮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10년 11월 24일 개봉한 '이층의 악당'은 12월 7일 오전 6시까지 53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정확하게 말하면 530,697명이다. 이는 11월 10일 개봉한 '초능력자'(2,122,745명)나 10월 28일 개봉한 '부당거래'(2,122,745명)에게 뒤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층의 악당'보다 일주일 늦은 12월 1일 개봉한 '째째한 로맨스'(676,662명)에도 뒤지는 성적이다. 화제의 영화 가운데 하나였던 '소셜 네트워크'가 493,657명에 머문 것으로 보면 나름대로 선전했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왠지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일 게다.

어느 관객은 이 영화를 텅 빈 극장에서 홀로 보았다고 한다. 내가 갔던 강남역 시티극장에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저녁 9시 10분 영화였지만 그날 '이층의 악당'을 보았던 관객들은 나를 포함해서 10명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지금은 한물갔다지만 왕년의 인기 배우였던 한석규가 그리고 나름대로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고 있는 김혜수가 이런 대우를 받아도 되는 것일까 싶을 정도로 안쓰러운 상황이었다. '쉬리', '접속', '텔미썸딩' 등 한때 흥행 보증수표였던 한석규였으니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럼 영화는 어떠한가? 사실 모든 영화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이기 마련이어서 이 영화 또한 논란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다행이라고 한다면 20대층은 이 영화 자체를 외면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 영화는 40대 이상에게 통하는 영화로 보이는 까닭에서다. 상황 자체가 40대 문화재 사범과 30대 과부의 이야기이니 일단 20대의 정서에 맞는 영화가 아닌 데다가 상황 자체도 나이가 들어서야 이해할만한 구석들이 많다.

또한 40대 이상이라면 한석규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점과 섹시한 줄만 알았던 김혜수의 나름대로 요염한 모습이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겠다. 나조차도 이 영화를 통해서 김혜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으니 말이다. 그동안 김혜수는 차분한 연기보다는 대체로 드센 역할을 맡아왔었기에 더 그러하다. 영화 타짜에서 보여준 '이대 나온 여자'와 드라마 '스타일'에서 깐깐한 편집장의 모습들이 그랬었다. 게다가 볼륨감 넘치는 몸매는 그녀를 섹시한 여배우의 이미지에 갇아 놓았었다.

하지만 '이층의 악당'에서는 달랐다. 가슴의 볼륨이 드러난 홈드레스의 모습이 여전히 섹시하기는 했지만 우울증에 시달리는 30대 과부의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그녀의 차분한 목소리와 약간의 히스테리컬 한 모습은 김혜수가 아니면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또한 많이 늙었기는 했어도 한석규의 능청스러운 연기도 여전했다. 즉 세대의 경계를 뛰어넘는다면 그다지 나쁜 선택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영화의 내용이 다소 평이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간간이 웃음이 터지기는 하지만 크게 재미있는 영화도 아니고 보고 나서 여운이 남는 영화도 아니다. 요즘 화제의 중심에 있는 '쩨쩨한 로맨스'와 비교하면 많이 뒤진다고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재벌 2세로 등장하는 엄기준은 차라리 까메오에 가깝다. 또한 그 흔한 배드신 하나 나오지도 않는다. 그러니 40대 이상에게 이 영화를 양보하시기 바란다. 모처럼 부모님들에게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다면 이 영화보다 더 좋은 선택도 없어 보인다. 이 영화에 대해서 말할 때 세대에 따라 편차가 큰 영화라는 점이 반드시 고려되어야만 하는 이유다.

이층의악당(2010)
코미디, 범죄 | 한국 | 115분 | 2010.11.24 개봉 | 감독 : 손재곤
출연 : 한석규(창인), 김혜수(연주), 지우(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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