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이도 미녀를 차지할 수 있다, 운명이라면! 내가 사는 세상


누군가는 말했다, 용기 있는 자만이 미녀를 차지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미녀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용기만 필요한 게 아니라 용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의욕만 앞선다고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대부분의 조건을 충족시킨 상태에서 발휘하는 용기만이 진정한 용기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게 현실이다. 미녀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용기부터 낼게 아니라 다른 조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용기를 발휘해야만 한다. 그게 순서다.

물론 그러지 않고도 미녀를 차지한 이들도 없지 않다. 그럴 경우 주위의 수군거림을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남자가 능력이 좋나 보다고 하는 말이 대표적이다. 그 능력이란 게 재산이나 교양 혹은 지식 등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육체적인 힘을 말하기도 한다. 여자를 만족시켜 준다는 뜻이다. 이는 다른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부분이기에 여자를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그리고 또 있다. 운명적인 상대라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재산이나 교양 혹은 지식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힘이 없어도 미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운명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은 생각보다 질기고 강하기 때문이다. 거부하려고 해도 거부할 수 없고 도망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 결국에는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수 밖에는 없다. 흔히 말하는 팔자란 게 그런 것이 아니던가.

대한민국에서 찌질이 역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이가 바로 임창정이다. 가수로도 활약하며 11집까지 출시한 중견 가수이기도 하지만 배우로서의 임창정은 순정남보다는 찌질남이 어울리는 캐릭터의 소유자다. 그가 지난해 이맘때 박예진과 함께 출연했던 영화가 '청담보살'이었다. 강남에서 잘 나가는 처녀 무당 태랑이 볼품없는 남자 승원을 만나면서 꼬여가는 모습을 그렸다. 무당으로서 "꼬인 팔자 풀어준다"는 태랑이 정작 자신의 꼬인 팔자는 어쩌지 못한다는 아이러니를 코믹하게 그렸었다.

예쁘고 실력 있는 태랑의 입장에서 보면 그 운명이라는 게 악몽과도 같겠지만 백수에 별 볼일 없는 승원의 입장에서 보면 운명이란 게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를 거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운명이 맺어준 배필로 받아들이고 팔자에 순응할 것인가 아니면 운명을 거부하고 과감히 팔자를 개척할 것인가. 만일 현실이라면 전자를 택하는 여성보다는 후자를 택하는 여성이 대부분이겠지만 영화는 언밸런스한 두 사람을 커플로 맺어두고 벌어지는 갖가지 상황들을 만들어 간다. 정신 병원에 입원해있는 태랑의 엄마(김수미)가 승원을 보고 "여보, 어디갔다 이제왔져?"라며 부부상봉을 감격해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그중의 하나다.

영화에서 승원을 자꾸 밀어내기만 하던 태랑이 결국 받아들이게 되는 것은 그의 순수한 마음과 진심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다분히 신파적인 이 결론은 모두가 예상했던 바와 같이 헤어질듯하다가 다시 만나 사랑을 이루면서 끝을 맺게 된다. 결국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찌질이라 할지라도 사랑과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용기만 있으면 미녀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결론인 것이다. 하지만 어디 현실이 그렇던가. 가진 게 없으면 용기를 내기도 쉽지 않거니와 용기를 낸다고 하더래도 뺨이나 맞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그래도 운명이라면? 도저히 거부하려야 거부할 수 없고 도망 가려야 도망갈 수 없는 운명으로 연결된 상대라면 현실에서도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그런 희망이라도 있어야 기대를 안고 살아갈 힘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안된다고 미리 포기하기보다는 될 거라는 믿음으로 사는 편이 훨씬 마음도 편하고 당당하게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와 같은 마법은 그런 당당함을 통해서 일어나게 될 테니 말이다. 영화가 주는 교훈도 바로 그 점이 아닐까.

청담보살(2009)
코미디 | 한국 | 119분 | 2009.11.11 개봉 | 감독 : 김진영
출연 : 박예진(미녀보살, 태랑), 임창정(승원), 김희원(병수), 서영희(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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