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무술영화를 본 후에는 영화관을 나서면서 자신도 모르게 주먹이 휘둘러지고 다리가 들려올려지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청소년들에게 있어 무술영화 주인공은 실존 인물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70년대에는 이소룡이 그랬고 80년대에는 성룡이 그랬으며 90년대에는 이연걸이 그랬다. 그들은 무술영화의 주인공이 아니라 당대 최고의 무술인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한때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하는 소모적인 논란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이소룡과 성룡 그리고 이연걸 중에서 고수를 가리는 것도 소모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호랑이와 사자가 싸울 때에는 황당하지만 "힘쎈 놈이 이긴다"는 다소 평범한 진리처럼 세명의 무예가들이 합을 겨룬다 해도 답은 같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각각 이소룡과 성룡, 이연걸 편으로 나뉘어서 다투곤 한다. 각자가 자신들의 가슴속에서 영웅으로 남아있는 탓이다. 남자들에게 무술이란 그런 것이다.
여기 또 하나의 무술인이 있다. 이름은 엽문이고 영춘권의 최고수이다. 빠른 스피드와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중국 전역에 명성을 떨쳤던 무술인이다. 무예를 수양이라 여겼기에 싸우지 않고 도전자들의 도전만 받아들이면서 백전불패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시대는 그를 강호에 가만히 놔두지를 않았다. 중일전쟁이 발발하고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민족혼 말살정책'의 일환으로 무림의 고수들을 제거하기 시작하자 엽문은 중극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영춘권' 보급에 나서고 무술로 저항에 나선다.
영화 '엽문2'는 전편에 이어 해방 후 엽문이 홍콩으로 건너온 이후를 보여준다. '엽문'에서 정복자 일본에 저항했었다면 '엽문2'에서는 또 다른 정복자 영국에 저항하는 것이다. 텃세에도 불구하고 홍콩에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과 말썽꾸러기 제자들을 받아들이는 과정 그리고 중국 무예를 천시하는 세력들과의 목숨을 담보로 한 일전까지 그려지고 있었다. 실존 인물에 대한 내용이다 보니 특수효과는 최소한으로 절제했고 리얼리티를 극대화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영화답지 않게 투박하지만 담백한 맛을 지니게 되었다. 요즘 나온 웬만한 영화보다 낫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엽문이라는 이름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소룡의 스승이라는 점 때문이다. 즉 엽문이 있었기에 이소룡도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엽문은 이소룡이 존경했던 단 한 사람이라고 한다. 이소룡이 만들어낸 '절권도'도 '영춘권'의 영향을 받았고 무예에 대한 엽문의 철학이나 사상을 이어받았음은 물론이다. '남자다움' 또는 '사내다움'이란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은 사람에게 '엽문2'를 강력히 추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소룡이 왜 엽문을 존경하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더불어서 어린 시절 무술영화를 보고 건들거리던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될 게다.
엽문2 (葉問 2 - 宗師傳奇, 2010)
액션, 드라마 | 홍콩 | 108 분 | 개봉 2010.06.16 | 감독 : 엽위신
주연 : 견자단(영춘권 고수, 엽문), 홍금보(홍가권 고수, 홍진남), 황효명(엽문의 제자, 황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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