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8천만원이다. 어느 날 큰 아이가 학교에서 가져온 안내장에 의하면 공납금 미납액이 무려 77,920,000원라고 한다. 8천만원에서 2백여만원 정도 빠지는 금액이다. 수업료, 급식비, 방과후학교, 수강료 등을 포함하는 금액이라고는 해도 상당히 큰 금액이 아닐 수 없다. 불경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학교에도 불황의 여파가 몰아닥친 듯하다. 학교 운영에 지장이 크겠다 싶다.
아이의 안내장을 보고는 생각나는 인물이 있었다. 어린 마음에 상처를 주었던 사람. 교육자라는 탈을 쓴 악마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위인. 내가 다니던 중학교 교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당시에는 누구나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이었는데 내가 다니던 학교는 상당히 유별난 곳이었다. 교육보다는 돈을 더 중요시하는 저질 교육자가 교장이었기 때문이다.
공납금 납부 기간이 마감되고 나면 교장은 미납자들을 서무실로 불러모았다. 그리고는 며칠 안으로 낼 수 있는 사람들은 돌아가도록 했고 나머지는 교장실로 들어오라고 했다. 그 이후의 상황은 충격적이다. 교장이 직접 회초리를 들고 아이들의 종아리를 때리는 경악스러운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대단한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 단지 공납금 납입이 기한보다 늦어진다는 이유로 교장은 매를 들었고 아이들은 맞아야 했던 것이다.
물론 개중에는 공납금을 낼 수 있는 형편인데도 차일피일 미루거나, 일부러 안 내고 버티는 집도 있을런지는 모르겠다. 아주 일부는 부모로부터 공납금을 받아다 학교에 내지 않고 다른 용도로 써버렸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교장은 단순히 공납금 미납이라는 이유로 회초리로 아이들을 때렸다. 그 자리에서 아이들이 교장에게 맞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오직 하나 공납금을 제때에 내지 못했다는 이유뿐이다. 결국,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난 때문에 맞았다고 할 수 있겠다. 서럽다 못해 더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육(敎育)'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친다'는 말과 '인격을 길러 줌'이라는 말이 섞여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사람을 만든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자(敎育者)'라는 말에는 단순히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의미보다는 그러한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쳐서 '사람이 되게끔 이끌어 주는 사람'이라는 뜻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학생을 단순히 돈벌이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더 이상 교육자의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돈이라는 매개체가 빠질 수 없는 학원이라면 몰라도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학교라면 더더욱 그래서는 안 된다. 돈보다 아이들의 정서가 더 값지기 때문이고 그것은 돈으로 따질 수도, 바꿀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설마 요즘 세상에도 그런 악질 교육자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




덧글
뭐, 지금은 힘들게 뒤졌을 거라고 편하게 생각하는 중..
그때는 그런 사람도 있었더라... 뭐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