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와 불륜 그리고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 횡설수설


유부남과 유부녀 간에 논란이 되기 마련인 로맨스와 불륜의 차이는 진심의 정도에 달려 있지 않다. 걸리고 안 걸리고 차이다. 즉, 걸리면 배우자에 대한 정조의 의무를 팽개쳐버린 불륜이지만, 안 걸리면 본인들만의 지고지순한 로맨스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둘이 얼마나 사랑하는지, 둘의 감정에 얼마나 진심이 실려있는지, 그런 것들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운전을 하다 교통신호를 위반했다. 교통순경에게 걸리면 벌금이 부과되고 벌점도 받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무 일 없던 게 된다. 시험을 보다 컨닝을 했다. 시험감독관에게 걸리면 퇴장을 당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다만 얼마의 성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끝이 보이지 않던 대기줄 중간에 슬며서 끼어들었다. 뒷사람에게 걸리면 맨 뒤로 쫓겨 나야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늦게 가도 빠른 번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세상 일이란 게 그렇다. 모든 일이 순리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편법을 쓰거나 심지어 불법을 저질러야 오히려 더 앞서 갈 수 있는 게 세상이다. 물론 지킬 건 지키고 살아야겠지만 나만 바르게 산다고 세상이 밝아지는 것은 아니다. 선의를 이용해서 혼자서 누릴 거 다 누리고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그런 사람들이 떵떵거리면서 오히려 더 잘 살기도 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양심은 있어야 한다. 세상 모두를 속일 수는 있어도 자기 자신만은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스스로가 알고 있지 않은가. 아이러니하게도 작가 신경숙씨의 표절 문제를 접하고는 가장 먼저 떠오른 게 로맨스와 불륜이었다. 걸리면 불륜으로 매도되지만 안 걸리면 순수한 로맨스가 되는 것처럼 걸리면 표절이지만 안 걸리면 창작이 되기 때문이다.
신경숙 작가는 남들도 다른 작품의 일부를 베끼는데 자신만 일방적으로 표절작가라며 매도당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쩌면 정말로 우주의 기운이 다른 작품의 일부와 똑같이 쓰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에 생긴 일일 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내용이지만 누가 보더래도 똑같은, 그야말로 베껴썼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유사한 문구가 나올 수 있었겠는가.
문제는 표절 의문에 대처하는 신경숙 작가의 자세다. 양식있는 지성인으로 보기 어려울만큼 비상식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걸리지 않았으면 모르되 걸려놓고 딴소리하는 게 영낙없이 현장을 틀켜버린 불륜커플하고 닮았다. 그래놓고 불륜이 아니라 로맨스라고 주장하는 꼴이다. 죄가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도대체 사람이 어디까지 뻔뻔해질 수 있는 것일까. 차라리 저질 삼류 소설가가 저지른 일이었다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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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와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 미시마 유키오, 김후란 옮김, 「우국(憂國)」, 『金閣寺, 憂國, 연회는 끝나고』, 주우(主友) 세계문학20, 주식회사 주우, P.233. (1983년 1월 25일 초판 인쇄, 1983년 1월 30일 초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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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 신경숙, 「전설」, 『오래전 집을 떠날 때』, 창작과비평사, P.240-241. (1996년 9월 25일 초판 발행, 이후 2005년 8월1일 동일한 출판사로서 이름을 줄여 개명한 '창비'에서 『감자 먹는 사람들』로 소설집 제목만 바꾸어 재출간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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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다 건강한 양심의 주인은 아니었다. 그들의 베끼기는 격렬하였다. 출판사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원고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채근하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 표절을 하고 두달 뒤 남짓, 여자는 벌써 표절의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순한 머릿 속으로 문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베껴들었다. 그 붙여넣음은 글을 쓰는 여자의 원고지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표절을 하는 게 아니라 표절이 여자에게 빨려오는듯 했다. 여자의 변화를 기뻐한 건 물론 출판사였다.

─ 네이버 뉴스 '신경숙 표절의혹, 출판사 창비에 대한 비판으로 확대'라는 기사에 달린 seo4****님의 댓글 

덧글

  • 과객b 2020/03/30 11:09 # 삭제 답글

    네이년 댓글 보소
    가히 천재적이군
  • Robin 2020/03/31 13:30 #

    댓글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사람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죠.
  • 아인베르츠 2020/03/30 12:45 # 답글

    이 얘기는 볼때마다 한국문학업계 꼬라지가 웃긴단 말이죠. 미시마 유키오가 뭐하던 인간인지 생각하면 더더욱. 그 인간은 자기신념에 투철해서 할복이라도 했지.
  • Robin 2020/03/31 13:30 #

    어느 분야든 기득권 세력이 문제인 듯합니다.
  • 함부르거 2020/03/30 14:21 # 답글

    한국 문학계는 포기한 지 오래예요. 차라리 한국산 라이트노벨을 본다면 모를까.
  • Robin 2020/03/31 13:31 #

    진흙 속에는 반드시 진주가 있을진대 그걸 찾아낼 수 없으니 문제지요.
  • 깜찍한 동장군 2020/03/30 14:54 # 답글

    되게 옛날 얘기 아니예요?
  • 김뿌우 2020/03/30 15:12 # 삭제

    병신이 병신소리 하는게 하루이틀일은 아니긴 한데 너같은 병신들이 똑같은 잣대를 다른데에도 들이대지는 않는게 진짜 병신같지 말입니다.
  • 깜찍한 동장군 2020/03/30 15:33 #

    이동환 진짜 나랑 걍 인연끊고싶니?^^
  • Robin 2020/03/31 13:31 #

    옛날 이야기이기는 한데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 깜찍한 동장군 2020/03/31 06:00 # 답글

    근데 확실히 원작이 더 낫네요. 호흡이라고 하죠? 고도로 늘려썼네요. 근데 어찌 뻔뻔히 저리?ㅋㅋㅋ

    섹시하게 잘 썼네요 단... 저라면 .으로 비워뒀을 것 같군요

    섹스는 언제나 프라이버시! 문학으로 접하면 좋은건 언제나 양지의 것이란 말이죠..
  • Robin 2020/03/31 13:32 #

    외국 소설의 경우 원작도 원작이지만 번역가의 역량이 더 크게 좌우하지 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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