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는 세금이 없다'는 명대사를 곱씹게 만드는 영화 마스터 내가 사는 세상


많은 사람들이 일확천금의 꿈을 꾸며 산다. '一攫千金(일확천금)'이란 말은 한 번에 천금을 얻는다는 뜻이니 그야말로 떼돈 버는 꿈이라 하겠다. 하지만 세상에 거저 주어지는 것은 없다.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돈일 수도 있고 땀일 수도 있고 시간일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들어가는 게 있어야 나오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흔히 콩 심은 데서 콩 나고 팥 심은 데서 팥 난다고 한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은 식상하기조차 하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헛된 꿈을 좇는다. 먹고살기가 힘들고 세상살이가 어려워질수록 그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적게 뿌리고도 많이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아니 뿌리지 않고도 거둘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영혼까지 팔겠다고 할는지도 모른다.

도저히 상식적이지 않은 조건에 많은 사람들이 현혹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혹시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조바심과 불안감도 한몫 거든다. 그런 불안은 사람을 초조하게 만들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이른바 묻지마 투자로 이어지게 만든다. 늦었다는 생각에 무리수까지 두어 가면서 만회하고자 하는 생각에서다.

이병헌 주연의 영화 '마스터'(Master, 2016)는 이처럼 유사 수신을 바탕으로 하는 다단계 회사(일명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폰지사기(Ponzi Scheme)다. 시중 은행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금리 이자는 물론이고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어마어마한 수수료로 유혹하니 누군들 그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랴.

게다가 진회장(이병헌)의 화려한 언변과 수려한 용모까지 받혀주니 감히 사기로 의심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주변에서 아무리 피라미드라 쓴소리를 해도 들리지 않는다. 평생 고생해도 흙수저 인생인 인간들에게 달콤한 꿈이라도 꾸게 해주고 싶었다는 진회장의 말씀이 곧 진리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나만 잘 먹고 잘살 수 없으니 주위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선교사가 되기도 한다.

수익의 근본은 투자다. 투자 없이 수익이 있을 수 없다. 성경에 보면 주인이 먼 길을 떠나기 전 세 명의 하인들에게 각각 5달란트와 2달란트, 1달란트를 준다. 5달란트 받은 하인과 2달란트 받은 하인은 열심히 굴려서 두 배의 수익을 내지만 1달란트 받은 하인은 땅에 묻어두기만 할 뿐이었다. 즉 수익을 얻은 두 명은 투자를 했고, 아무런 수익을 내지 못한 한 명은 투자 자체를 하지 않은 셈이다.

다단계 유사 수신의 경우 고금리를 약속하면서도 수익활동을 하지 않는다. 투자로 돈을 벌어 이자를 주는 것이 아니라 뒷사람이 낸 돈의 일부를 앞사람에게 건네주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1920년대 미국 찰스 폰지(Charles Ponzi)라는 사기꾼의 이름을 따서 폰지사기라 부른다. 폰지는 45일 후 원금의 50%, 석 달 후에는 원금의 100%에 이르는 수익을 약속했었다.

영화 '마스터'는 서민들의 꿈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그를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막대한 다단계 사기를 벌여놓고 죽음으로 위장하는 방식은 희대의 사기꾼이라는 조희팔을 떠올리게 만든다. 조희팔은 2004년에서 2008년까지 의료기기 대여업으로 30~40%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 3만여 명의 돈 4조 원을 가로챘었다.

이 영화는 이병헌과 강동원이 동시에 출연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두 명의 톱스타에 비하면 김우빈은 차라리 감초에 가깝다. 이병헌은 여전히 매력적인 배우지만 이 영화보다 1년 전 개봉한 '내부자들'(Inside Men, 2015)과 비슷한 분위를 풍긴다는 점은 아쉬운 일이다.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해야지'라는 희대의 유행어를 남겼던 '내부자들' 안상구의 임팩트가 너무 컸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대사는 "꿈에는 세금이 없다"라는 말이다. 누구나 꿈꿀 때가 가장 행복할 때일 것이다. 그 꿈에서 깨어나면 참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차라리 깨지 않기를 바랄지도 모르니까. 언제부터인가 나도 로또를 사기 시작했다. 어느덧 나도 허황된 꿈을 좇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로또 당첨번호가 발표될 때까지는 나름대로 희망을 품게 되는 건 사실이니까. 그 종말은 한숨뿐일지라도.

마스터(Master, 2016)
액션, 범죄 | 한국 | 143분 | 2016.12.21 개봉 | 감독 : 조의석
출연 : 이병헌(진회장), 강동원(김재명), 김우빈(박장군), 진경(김엄마)

덧글

  • 로그온티어 2020/03/29 19:35 # 답글

    저는 꿈이, 남이 설계해준 꿈과 자기가 설계한 꿈으로 나뉜다고 생각해요. [마스터]의 이야기 속 꿈은 남이 목적을 가지고 설계해준 꿈이고, 영화는 그 문제를 담고 있는 거지, 꿈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어쨌거나, 그것은, 때떄로 불가능 너머를 상상하게 만드는 동기를 만드니까요.
  • Robin 2020/03/31 13:28 #

    세상에는 가능한 꿈이 있고 불가능한 꿈이 있기 마련입니다.
    가능한 꿈은 언젠가 실현될 수 있는 희망이라 할 수 있지만 불가능한 꿈은 망상일 것입니다.
    '마스터'의 꿈은 희망이 아닌 망상입니다.
    처음부터 실현될 수 없는 사기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죠.
    그런 순진한 사람들을 꼬득이는 사기꾼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은 게 문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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