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증(obsession)이란 게 있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어떤 생각이나 장면이 떠올라 불안해지고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질환'을 말한다. 일종의 정신병적 증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질병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크고 작고 혹은 많고 적고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영화 '보안관'(The Sheriff In Town, 2016)은 이런 강박증을 소재로 하는 영화다. 흔히 강박증을 소재로 했다고 하면 음산하거나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네이버 영화 소개에는 범죄, 코미디 영화로 되어 있을 정도로 밝은 분위기다. 겉으로만 보면 강박증에 대한 영화로 보기 어렵다. 전직 형사의 끈기와 인내가 주된 소재로 보일 정도다.
영화는 그것을 집념이라고 주장하지만 내가 강박증이라고 말하는 것은 종진 역을 맡은 조진웅에 대한 대호 역을 맡은 이성민의 병적인 집착 때문이다. '한 가지 일에만 달라붙어 정신을 쏟는다'는 의미의 '집념'과 '마음이 늘 그리로 쏠려서 잊히지 아니 함'이라는 의미의 '집착'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그것이 긍정적인 상황일 때는 집념이지만 부정적일 때는 집착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마약 수사반 대호는 실적에 대한 의욕이 앞서 단독으로 마약거래 현장을 급습한다. 하지만 검거하고자 했던 일식은 놓치고 대호와 함께 현장을 찾았던 파트너는 칼에 찔리는 최악의 사태로 이어진다. 범인은 범인대로 놓치고 파트너는 파트너대로 다치게 만든 대호는 결국 과잉수사로 짤리고 고향으로 낙향한다. 그런 그의 앞에 5년 전 현장에서 만났던 종진이 성공한 사업가로 나타나면서 대호의 심기를 건드린다.
5년이 지났지만 대호는 여전히 가슴속에 응어리를 간직하고 있었다. 다 잡았던 마약범 일식을 놓쳤다는 아쉬움과 자신의 무모함으로 파트너를 죽게 만들었다는 자책감이었다. 그로 인해 경찰을 그만두어야 했다는 억울함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응어리는 누군가에게 화풀이로 나타나게 마련이고 그 대상이 바로 종진이었다.
문제는 종진에 대한 대호의 시선이 범인을 잡기 위한 집념이 아니라 집착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그것이 집념이기 위해서는 결정적이지는 않더래도 어떤 단서라도 있어야 하는데 영화는 그에 대한 논리적인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그저 전직 형사의 직감만 믿으라고 할 뿐이다. 그러면서 영화는 집착이 아니라 집념이라고 주장한다.
'식스 센스'(The Sixth Sense, 1999)나 '유주얼 서스펙트'(The Usual Suspects, 1995)가 충격요법으로 성공한 후 요즘 영화들은 모두 반전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다. 전반부와 다른 후반이 있어야 관객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고 좋은 평가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문제는 그만큼 억지도 늘어난다는 점이다. 과정이야 어떻든 반전만 있으면 된다는 일종의 강박이라 하겠다.
이 영화 역시 반전이 있지만 그리 신선해 보이지 않는다. 조진웅이 출연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2013년작 '끝까지 간다'(A Hard Day, 2013)를 잠깐 떠올리기도 했으나 수준은 한참 못 뒤진다. 범죄물이라면서 긴장감도 없고 코미디라면서 웃기지도 않는다. 심지어 드라마보다 허술할 지경이니 이런 영화를 끝까지 봐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기도 한다.
조진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2016년 동안 주연으로 찍은 작품이 이 영화를 포함해서 대장 김창수, 안투라지(tvN), 사냥(The Hunt, 2016), 아가씨(The Handmaiden, 2016), 시그널(tvN) 등 무려 6개나 된다. 그나마도 특별출연으로 나왔던 국가대표2(Run-Off, 2016), 마차 타고 고래고래(Blue Busking, 2016) 등은 제외한 게 그 정도다.
오랫동안 공백기가 있었던 이경영이 다작의 상징이 되었지만 그가 주로 조연에 머물렀던 반면 조진웅은 주연급으로도 상당히 많은 영화를 찍고 있는 셈이다. 야구 선수가 모든 타석에서 안타를 칠 수는 없고 축구선수가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골을 넣을 수는 없듯이 배우도 출연한 모든 영화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는 없다.
다만,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흥행과는 상관없이 그 자체로도 인정받을 수는 있어야 한다. 많은 관객들이 내용보다는 배우만 보고도 영화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성민을 믿고 이 영화를 선택한 관객보다는 조진웅만 보고 이 영화를 선택한 관객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조진웅은 많은 작품보다는 좋은 작품을 선별할 때도 되었다고 본다. 다시는 이런 영화에서 조진웅이라는 이름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안관(The Sheriff In Town, 2016)
범죄, 코미디 | 한국 | 115분 | 2017 .05.03 개봉 | 감독 : 김형주
출연 : 이성민(대호), 조진웅(종진), 김성균(덕만), 조우진(선철), 김혜은(미선), 배정남(춘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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