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운 맛은 미각이 아니라 통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도통 맛이라고는 못 느끼겠고 오직 고통만이 느껴지는 이유에서다. 그걸 맛있다고 먹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그런 사람들은 어쩌면 맞아도 안 아프다고 할지 모르겠다.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입장에서는 매워서 느끼는 고통이나 맞아서 느끼는 고통이나 다르지 않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공포류도 다르지 않다. 무서운 영화를 재미있어 하면서 일부러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매운 음식을 맛있다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매운 맛이 주는 통증만큼이나 공포 영화가 주는 정신적인 통증도 짜증나기는 마찬가지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지만 매운 맛과 공포 영화는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대학로 이수스타홀에서 공연되었던 연극 '학교괴담 - 동상의 저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공포물이다. 해마다 7월 10일이면 학교 동상에 이름을 남기고 목을 메 자살하는 학생이 생긴다는 괴담을 소재로 하고 있다. 매운 맛만큼이나 싫어하는 공포물이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남은 것은 즐기는 일 뿐인데 과연 내가 공포물을 보면서 즐길 수 있을 것인가.
우선 매표소부터 으시시하다.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 역시 눈에 잘 띄지 않기도 한다. 매표소에서는 괴기스러운 노래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관객이야 잠깐 왔다 가니 그렇다 쳐도 그 노래를 계속 듣고 있을 작품 관계자는 괜찮을까 싶은 쓸데없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공연에 앞서 알려주는 주의사항도 사람은 나오지 않고 음산한 목소리로 대신한다.
공포물답게 불이 꺼졌다 들어올 때마다 깜짝 깜짝 놀랄만한 일들이 벌어진다. 객석에서는 비명과 함께 짜증어린 탄식도 들린다. 그런데도 이상한 것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평소에 즐기지 않던 아니 싫어하던 장르였음에도 비교적 짜임새 있게 만든 스토리에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불이 꺼졌다 들어올 때마다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혼자는 위험할 듯하다. 의지할 누군가도 없이 혼자서 관람한다면 재미보다는 짜증이 앞설지도 모른다. 그러니 연인과 함께 가길 바라고 그렇지 않다면 동성이라도 동행하기 바란다. 손을 잡거나 껴안는 등의 퍼포먼스는 기대할 수 없어도 충분히 의지는 될 것이다. 물론 이성과 함께라면 서로의 손을 굳게 잡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물론 그와는 정반대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지만.
임민아(한수아 역), 김지율(신혜리 역), 김부연(김현정 역), 김승민(강민혁 역) 등 출연배우 4명 배우 중에서 혜리 역을 맡은 배우 김지율이 가장 눈에 들어온다. 글래머 스타일의 몸매도 그렇지지만 탤런트 최정윤을 연상시키는 미모의 배우였다. 공포물이므로 배우들은 저마다 목청을 높여야 하는데 매일 밤마다 저렇게 소리를 질러도 괜찮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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